오늘은 마흔 여섯 번째 돌아온 결혼기념일이다. 그간 나름 의미있는 날을 만들어 보려고, 한해 동안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가족의 날'이라고 이름을 붙여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제 식구가 늘어 제각기 행사가 많아지다 보니, 부부만 단촐하게 여행을 다니는 걸로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다. 우연히 허영만의 고흥편 '백반기행'을 보다가 '우리 저기 한번 가보자' 고 즉흥적으로 맘먹고 떠나오게 된 곳이 바로 '고흥'이다. 9시 40분 용산역 출발하는 '무궁화호'가 승강장으로 들어섰다. 아니 이 웬 후진국 열차? 꾀죄죄한 외모에 페인트 칠마저 여기저기 벗겨진 꼴이라니~ 영락없는 추레한 노인이다. 그러나 외모완 달리 객실은 안락하고 승객들은 조용히 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