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53

인도 음식점

대학로에 인도인이 운영하는 인도요리 전문점을 발견했습니다. 카운터에서 방긋 웃으며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여주인은 바로 인도여성이었습니다. 런치를 주문했는데 가격도 알맞고 황태 말린 것보다 더 큰 난을 내왔는데 기분이 좋아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따끈하고 말 랑말랑한 난을 카레에 찍어 열심히 뜯어 먹었습니다. 점심으로 아주 괜찮은 한끼였습니다.

사는 이야기 2023.09.28

노들섬에서

얼마만인가요! 전에 '中之島'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던 때 버스를 타고 오가며 보았던 그 섬이 이리 천지개벽하듯 모습을 바꿀 줄이야~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노들섬에 오늘은 종일토록 가을비가 촉촉히 땅을 적시고 있군요. 그 많던 백로와 맹꽁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칠 줄 모르는 빗속에서도 걷고 먹고 마시며 50년지기들이 도란도란 끝없는 이야기 바다를 항해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은 얼마나한 洪福인지요! *노들:'백로가 노니는 징검돌'의 뜻 노들섬의 노을은 예로부터 유명하다니, 날씨가 좋은 날 저녁에 석양을 보러 다시한번 노들섬 나들이를 가야겠어요.

사는 이야기 2023.09.26

평일등산반

동창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평일에 등산하는 모임’을 가지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습니다. 50이 넘으면 매일 밥 먹듯이 운동을 해야 된다고, 의사선생님들이 눈만 마주치면 말씀하십니다. 몸의 물기가 빠져나가 피부가 자꾸 늘어지고 근력은 떨어지고 사골국물 낸 뼈처럼 뼛속이 비어가니 걸핏하면 팔다리가 부러지고 다리 힘이 빠져 멀쩡한 평지에서 코 박고 넘어지고-- 이런 현상들을 받아들이기 싫지만 지금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다행히 아직 건사할 손주가 없는 친구들은 있는 게 시간뿐이라 평일 낮 시간, 그것도 ‘집에 계신 노인들’ 치다꺼리하고 오후에 후딱 산에 올랐다가 형편 되는 이들은 저녁도 함께 나누며 친구들과 담소하면 참 좋겠다고들 했습니다. 물론 매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만나..

사는 이야기 2023.09.24

지하철 옆자리

왕십리에서 수인선을 탔습니다. 종점이라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어 좋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 경로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이른 시간에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새벽잠을 설쳤어요. 영통역까지는 1시간 13분 남았고 30개 역을 지나야 하니까 잠이나 청해야지 하고 눈을 붙이고 앉았는데, 옆자리 아줌마가 어느새 내리고 빈자리에 山만한 남자가 앉았습니다. 갑자기 청하던 잠이 싹 달아나며 짜증이 확 올라옵디다. 눈을 흘기듯 살피니 빨간 배낭까지 메고 좁은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드네요.베레모에 옆얼굴은 얼마나 크고 긴지--가지가집니다. 미운 놈은 떡 하나 준다지만, 싫은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그런데, 선이야, 그 사람이 떡을 달래니 밥을 달래니, 순전히 니 마음이 만들어 낸 감정을 가지고 울그락불그락하는..

사는 이야기 2023.09.15

스물두 살 선이에게

(칠십다섯에 스물두 살 선이의 일기장을 펴보았다.) 네가 지금 옆에 있다면 호통을 쳐주고 싶다. "정신차려, 이 사람아!" 네 부모는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되서 널 애탄지탄 어렵사리 대학까지 보내,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버젓한 직장까지 얻었는데, 어째서 주눅들고 무기력하고 삶의 무의미 하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능겨, 시방! 키가 작고 외모가 볼품없는 걸 비관한다고 달라지남? 그런 일에 에너지 소비할 시간이 있거들랑, 수업준비나 철저히 하고 짬날 때 영어공부나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았어야지~~글구 연애가 하고 싶으면 외모에 신경 쓸 게 아니라 안에서 풍기는 매력으로 승부를 냈어야지! 내가볼 땐 완죤 찌질이다. 그럼에도 포항에서의 일 년은 네 교사생활 내내 활력소가 되었고 그때 만..

손편지

언제적 이야긴가, 편지함 열어보고 애태우며 기다리던 손편지! 우체국 소인이 찍힌 흰 봉투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가슴에 품던 손편지-- 다칠세라 조심조심 가위질해서 꺼내던 편지지, 또박또박 써 내려간 사연 읽으며 가슴이 콩닥거리던 시간 이제 아무도 펜과 종이를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 열고 카톡방에 휘리릭~ 문자 날리면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바로 카톡!카톡! 그리움이 비집고 들어올 사이가 없다. 그리움이여, 넌 어느 구름에 실려 산을 넘고 사라졌느냐

사는 이야기 202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