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53

꽃을 든 남자--벗을 떠나보내며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가노란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 카톡방에 미처 들어오기 전 친구의 전화로 訃音을 들었을 때 울컥 울음이 솟았습니다. 아, 우리에게도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때가 드디어 왔군요. 모임이 있는 자리마다 꽃을 들고 나타나 우리 여친들에게 쑥스러운 소년의 미소와 함께 꽃을 건네주던 벗이 생각납니다. 몇 해 전 몰타에서 돌아왔을 때, 외국물 마셨으니 영어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보자며 미8군 영내로 불러 만찬을 베풀어 주었을 때 얼마나 고맙고 감동적이었던지요? 어찌 제게만 그런 섬세한 호의를 베풀었겠습니까? 가는 자리마다 꽃자리로 만드는 재주가 있어 주변을 밝혀 주던 벗이여! 이제 어느 자리에서 그 짱짱한 음성과 웃음소리 들을 수 있겠는지요? 어둠이 깃든 숲 속에서 가족의..

임*녀 여사와 그의 자녀들

2008년 3월 8일 토요일 思母曲 온두라스 건설 현장으로 떠날 준비하는 63세 큰아들이, 60된 누이동생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광어회,참치회, 한치회와 와인을 준비했고, 52세의 국내 굴지의 프랑스 문학 번역가 여동생은 케익과 조카의 축하편지와 녹음기 살 돈 20만원을 건네주었다. 나의 위대하신 어머니, 임*녀 여사는 당신 환갑 때 에서 잔치를 베풀어 드린 일을 기억하시고 제주도 여행에 보태쓰라고 20만원을 터~억 내주셨다. 주시는 걸 기쁘게 받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져 이 모든 베풂을 감사와 기쁨으로 받았다 (어머니는 그해 12월 6일에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사는 이야기 2023.08.09

애도(哀悼), 숭례문

--2008년 2월 11일의 기록-- 지난 밤 8시 50분경 발화되어 새벽 2시 가까이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국보 1호 숭례문에 弔意를 표한다. 崇禮門! 禮가 땅에 떨어지니 너도 몸을 던져 불길 속에 사라졌구나. 600년 역사가 5시간여 불길 속에 사라졌구나.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너를 火形시켰구나. 대들보와 서까래에 꿈틀거리던 붉은 용의 형상, 불을 머금은 용들이 승천하면서 너는 검은 뼈대로 남은 채 재가 되었구나. 타들어가는 널 바라보며 백성들이 哭을 하는구나. 잘 가거라, 조선 왕조여! 600년 역사여, 널 다시 복원하겠다고 촐싹거린들 역사 속에 절로 밴 그들의 땀까지 복원할 수 있겠는가. 아, 선진국 옷을 입은 문화 후진국 대한이여, 안녕! !

사는 이야기 2023.08.09

여자 나이 오십

여자 나이 마흔은 미친 개도 돌아보지 않고 여자 나이 오십은 귀신이 반쯤 씹다 버린 때라고 입 바른 남정네들은 말한다. 그러니 투기(妬忌)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연정이라도 품는다면 유죄판결을 받을 일이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어 찜질방이다, 맥반석이다, 쫓아다녀 보기도 하고 집안이 텅 빈 때면 공연히 설움이 밀려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도 하고, 동창을 만나면 서로들 안 변했다, 그대로다 떠들며 자위하다가 바깥 햇살 속에서 짜글짜글한 주름을 드러내놓고는 새삼 민망해져 눈 둘 곳 몰라하는 그런 나이-- 모처럼 기분내고 영화관이나 공연장엘 가 보면 온통 젊은이들 판이라 문득 내가 못 올 데를 왔나 조심스러워지고, 차 한 잔 하려 해도 젊은이들 전용공간이라 문전 퇴박 당하지 않을까 신경 쓰이고, 버스 안에..

사는 이야기 2023.08.09

조지아 여행 물 건너간 이야기

2023년8월4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를 보고, 우연히 영화관에서 마주친 동생과 조카와 점심을 먹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작은아들이다. "엄니, 조지아 여행 취소하시면 안돼요? 지금 조지아가 여행 자제지역으로 바뀌었대요, 일부지역은 출국 권고 지역이고, 러시아 여객선이 입항을 거절 당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대요." 내가 그쪽으로 여행가겠다고 할 때부터 몹시 못마땅해 하더니 이젠 적극적으로 말리는 전화다. 난 그 순간 선선히 말했다. "가족들 걱정 끼치며 돌아다니면 안 돼지, 알았다. 취소하마." 대꾸는 간단히 했는데, 생각할수록 속이 상한다. '이 조지아는 왜 내게 짝사랑만 허락하는 거야?' 2017년 제니한테 조지아란 나라이름을 처음 들은 후로, 관련 책들을 읽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아니지, ..

사는 이야기 2023.08.05

칠십다섯 노인이 열다섯 소녀에게

나이 칠십다섯이 되어 60년 전 열다섯 너를 들여다보았다. 6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딱딱한 빨간표지 안에 단정한 글씨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300일 남짓한 기간의 일기들 속에서--- 왜 그리 자주 아팠니? 아파서 결석한 일도 있고, 코로 입으로 피를 쏟은 적도 있다는 말에 새삼 무척 놀랐다. 병윈치료도 제대로 못 받아 병명도 모른 채 늘 골골거리며 힘들었을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잠을 이기지 못한 것도 다 건강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나 보다. 지각은 또 왜 그리 자주 했니? 하기사 그 버릇을 이내 못 고치고 직장 다닐 때도 지각하는 버릇 때문에 이미지가 손상되곤 했지.네 모습 가운데 제일 맘에 안 드는 게 바로 그거다. 부지런한 네 어머니는 네가 지각쟁이라는 걸 모르고 계셨나 보다. 지금 살아계셨다..

60년 전, 열다섯 어느 소녀의 일기장

지금 고등학생들한테는 꿈같은 이야기다. 60년대만 해도 학교내 기독학생회,적십자반 등에서는 하기농촌봉사활동을 떠나는 일이 많았다.내가 속한 기독학생회에서도 9박10일간 충남 당진으로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흙벽돌에 신문으로 도배도 해주고 불결한 뒷간을 청소하고 소독약도 뿌리고 밤에는 야학을 열어 아이들과 부녀자들 교육에 힘쓰고~ 60년이 지난 지금, 체중이 10kg 늘어 53kg에서 왔다갔다 하니, 크게 줄이거나 늘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몸무게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전에는, 서울사대부속국민학교에 원서를 낸 아이들은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이때 부속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입학지원생 옆에서 도우미 역할을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다. 습관은..

사는 이야기 202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