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74

친구랑 함께해서 좋은 날

2024년 5월 23일 목땅에 쓰는 시--채선당--선이네 카페미국 들어가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나와서 함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선이네 카페에서 사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이 나이에 아직 五覺이 크게 상하지 않고 팔다리 성하고 가고 싶은 데 다니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니, 오늘 하루 즐길 수 있음에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그녀가 70년 전에 보았던 혜화성당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혜화동로터리에 있는 동양서림,그녀는 어렸을 적 곧잘 이 책방에 들어와 책을 읽었다                                        ..

사는 이야기 2024.05.23

파리크라상 最愛 메뉴

광화문 교보빌딩 1층엔 이 있다. 언제나 북적거려 창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쉽지 않다. 오늘은 운이 좋아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친구들은 모두 단골 最愛 메뉴 를 시켰다. 호밀빵과 닭가슴살과 구운 옥수수와 아보카도를 비롯한 각종 과일과 야채가 보울 가득 들어 있어, 천천히 수다와 茶를 곁들여 먹으면 이보다 더 좋은 한 끼가 없다.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는 이야기 2024.03.18

조기 말리는 날

나는 조기의 눈을 보지 않았다, 날카로운 가위로 배를 갈라 내장을 모조리 빼는 동안에도 어느 시인이, 깻잎 위에 은어 한 마리 올려놓고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은어와 눈이 딱 마주쳐 이내 입에 넣을 수 없었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조기야, 먼 바다를 건너와 이제 내 뜰에 머물렀으니 햇빛과 바람과 놀다가 내 봄 밥상에 올라 입맛을 돋아주렴

사는 이야기 2024.03.07

갑진년 첫날

(1) 선물-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올해부터 주 한 편씩 시를 암송하기로 했다. 내 뇌가 활기차게 활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2)새해 첫날 첫손님 작은아들 내외가 낚시 가서 잡은 물고기 한 마리를 들고 왔다. 속초 앞바다에서 잡은 대구 한 마리--야채 손질은 내 몫, 요리는 남편 몫, 상차림은 메눌 몫- 대구탕은 시원하고 달착지근했다. (3)자연의 친구들 내방 참새 몇 마리가 눈밭을 깡총깡총 뛰어다니고 있다. 쌀과 잡곡 한옴큼을 가져다가 뿌려주었다. 잠시 후 용감한 저녁 세 마리가 먼저 곡식 위로 내려앉더..

사는 이야기 2024.01.01

붓다의 행복론

불교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어느날 知人이 책 한 권을 건네더군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본작가 야마나 테츠시가 佛者가 아니라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썼다고 하는데 사실이 그런 것 같아요. 未知의 처녀림을 답사하는 심경으로 읽어나가면서 계속 '色卽是空,空卽是色'의 높은 벽 앞에서 발을 멈추게 되네요. 그런데 분명한 건, 붓다가 이 괴로움의 바다(苦海)에서 인간을 구해주고 싶은데 無明해서 빠져나오질 못한다는 거예요. 나의 말과 행동의 기준을 남에 맞추다 보니 그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하고 불행에 빠트려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네요. 진심으로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自尊感을 지닌다면 남의 언행에 내가 휘둘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행복해지려면 언행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고 나..

사는 이야기 2023.11.13

이가림과 김재홍

1966년도 대학 1년 때, 그해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작은 였습니다. 일기장에 全文을 빼곡히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꽤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그 시를 지금 다시 베끼면서, 여러 해 전 어느날 혜화동 건널목에서 마주친 김재홍이 떠올랐습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처연한 얼굴표정이길래 눈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가림이형이 떠났어!" 순간 나도 울컥해서 그냥 눈인사만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종종 사무실에 나타나 수업도 대신해주곤 하던, 늘 웃음띤 얼굴의 사람 좋아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의 는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는 누구인가? 찾아보았더니, 카뮈의 의 주인공이더군요.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당시의 우리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기도 ..

사는 이야기 202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