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산문집 2009. 1. 18 (일)
제목이 사뭇 서정적이나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20여 권의 산문집 그 어디에 서정이 넘치는 글들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이 책 속의 글들은 다분히 계몽적이고 가진 자, 누리는 자들에 대해 신랄하고 비판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루쉰의 정신적인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대표적인 소설들의 흐름을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
***되짚어 보고 싶은 대목들:
*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민족은 어떤 일에서든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듯 그렇게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뒤떨어졌으되 기어이 결승점까지 달려가는 주자와 그런 주자를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보는 관객, 그들이야말로 중국 미래의 대들보이리라.
*중국의 문명이란 기실 부자들을 위해 人肉(인육)의 잔칫상을 차리는 것일 뿐이고 이른 바 중국이란 기실 그 인육의 잔칫상을 준비하는 주방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서 중국 문명을 찬미하는 자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서도 찬미하는 무리들은 영원히 저주를 받아 마땅하다.
*크고 작은 인육의 잔치가 문명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잔치에서 먹고 먹히고, 흉악한 인간들의 몽매한 환호성이 비참한 약자의 외침을 덮어 버린다.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인육의 잔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 한다. 그런 신인 인간들을 쓸어내고 그 잔치판을 걷어치우고 그 주방을 깨부수는 것, 그것이 지금 청년들의 사명이다! -1925. 4. 29
*아아, 사람과 사람의 영혼은 이리도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중국은 애국자의 멸망과 함께 멸망할 것이다. 학살자들은 이미 돈을 쌓아 두었기에 비교적 오랫동안 그들의 자손을 양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 것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 자자손손인들 무엇이 기쁠 것인가? 멸망의 날이 조금 지체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가장 살기 힘든 불모의 땅에서 살게 될 것이고 가장 깊은 지하 막장의 광부가 될 것이며 가장 비천한 생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사건의 시작이다. 먹으로 쓴 거짓이 피로 쓴 사실을 가릴 수 없다. 피의 빚은 반드시 같은 것으로 갚아야 한다. 그 빚은 갚음이 늦으면 늦을수록 이자가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다!-1926. 3. 18 사건에 부친 글(그는 문화혁명의 승리를 바랐으나 가까운 제자를 비롯한 꽃 같은 청년들의 학살을 목격했을 뿐이다. 학생 47명이 죽고 150여 명이 부상을 당함.)
*개혁에는 피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혈이 바로 개혁은 아니다. 피는 돈을 쓰듯이 해야 한다. 인색해서도 안 되지만 낭비하는 것도 크나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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