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방/피정과 말씀

병아리 레지오 단원

맑은 바람 2009. 4. 6. 13:50

2009. 3. 5

 

입학 시즌이다. 나도 어딘가에 입학해야겠다고 오래 전부터 별러 오던 중 마침내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나이에 걸맞은 봉사도 하고 신앙심도 기르고-- 성당 레지오 활동

만한 게 없다고 판단했다. 계획은 인간이 세우고 결정은 하느님이 하신다는데 이번의 경우는 나와

하느님이 이심전심이었나 보다. 반 모임에서 뵙게 된 구역장님의 안내로 레지오 활동에 첫발을 들여

놓았다.

 

 목요일 10시 미사에 참석하고 미사 후에 백동관 3층 모임방으로 갔다.

비슷비슷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회의는 무거우리만치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회의록 보고에 이어 회계보고, 반원들의 봉사활동

 보고, 교본 읽고 생각 나누기--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회의 끝부분에서 자기소개가 있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싶어 난 웃어가며 어린 시절 혜화유치원에  

얽힌 사연부터 이야기하며 혜화동 귀향 후 꼭 가야 할 데가 이곳이라는 생각에 왔다고 했다.

 미처 점심 준비를 못한 내게 구역장님은 “내가 당신 것도 싸 왔소.” 하시며 도시락을 내놓으셨다.

식후 대학로에 자리 잡은 <비둘기 재활의 집>으로 봉사활동을 나섰다.

재활의 집 식구들의 환영을 받고 일감 앞에 앉았다. 박음질한 방석을 뒤집거나 단추를 다는 일이었다.   

초짜인 난 당연히 방석 뒤집는 일을 시작했다. 손은 손대로 입은 입대로 놀리며(나는 귀만 열어

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하니 3시간이 그리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후 4시가 지나자 하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일어섰다. 다시 성당으로 돌아와 성체 조배실에 들어가

성무일도를 바쳤다.

영세 받은 지 34년 역사가 부끄럽게도 그동안 성체 조배실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건만 이제사

선배 레지오 단원을 따라 조심스레 첫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옆자리 선배가 이끄는 대로 순서에 따라

 기도와 찬송을 바쳤다.

 

‘성모님, 오늘하루 감사합니다. 제 나이에 모임의 막내 자리를 주시고 한꺼번에 열 분의 언니를

선물로 주시다니요, 이 웬 복입니까 ! 그것도 무려 십 년 가까이 인생 선배이신 왕언니들을--

더욱 낮은 자세로 살라는 성모님의 뜻을 헤아리고 순종하며 겸손되이 살겠습니다.’

 

 

* 레지오: ‘레지오 마리에’의 준말. 로마 군대 조직을 본뜬, 가톨릭교회의 평신도 조직. 성모 마리아의

 군단이라는 뜻이다.

*성체조배: 성체 앞에서 특별한 존경을 바치는 행위. 즉 성체의 외형 안에 현존하는 예수에게 마음을

모아 감사와 찬미를 하는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