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져!”
“………”
“우리 헤어지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그래, 헤어지자.”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매일 어디로 가신다.
첩을 얻어 딴 살림을 차리다 떠나간 남편이 기관사로 있던 ‘수색역’이 할머니의 변하지 않는
사랑의 종착역.
할머니와 손자는 ‘사랑이 변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그녀의 변질된 사랑 앞에서 그들은 그저 속수무책--
다시 만난 그녀 앞에서 이번엔 남자가 결별을 말없이 전한다.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고 양산까지 쓰고 젊은 날의 뒷모습으로 영원히 집을 떠난
할머니처럼.
‘여자와 버스는 떠나면 붙잡지 않는 거란다.’
할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말씀.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드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우리들의 봄날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떠오르던 날-
나는 나직이 흥얼거려 본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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