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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날은 간다 >

맑은 바람 2009. 4. 12. 22:17

 

“우리 헤어져!”

“………”

“우리 헤어지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그래, 헤어지자.”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매일 어디로 가신다.

첩을 얻어 딴 살림을 차리다 떠나간 남편이 기관사로 있던 ‘수색역’이 할머니의 변하지 않는

사랑의 종착역.

할머니와 손자는 ‘사랑이 변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그녀의 변질된 사랑 앞에서 그들은 그저 속수무책--

 

다시 만난 그녀 앞에서 이번엔 남자가 결별을 말없이 전한다.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고 양산까지 쓰고 젊은 날의 뒷모습으로 영원히 집을 떠난

할머니처럼.

 

‘여자와 버스는 떠나면 붙잡지 않는 거란다.’

할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말씀.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드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우리들의 봄날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떠오르던 날-

나는 나직이 흥얼거려 본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