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불사에서 출발해서 한 3~4km 내려오다 <창원산장>에 짐을 풀고 가볍게 길을 나섰다.
어둡기 전에 쌍계사를 한번 둘러보고 싶은 생각에서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한 시간 남짓 걸으니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마침 차 한 대가 내려오고 있었다.
손을 드니 중년의 부부가 얼굴을 내민다. 차 좀 태워 달라는 말은 안 나오고
“쌍계사까지는 얼마나 더 가면 되나요?”한다.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한 십 분 더 걸어가면 됩니다.” 했다.
“십 분 남았데~”
소천은 조금 서운한 말투로 전한다.
그러나 십 분을 가도 이십 분을 가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심사가 슬슬 사나워지는데 차 한 대가 보였다.
역시 중년쯤 돼 보이는 남자 혼자였다.
“저 쌍계사까지 좀 태워주실 수 있나요?”
그 사람은 선선히 타시라고 했다. 他地에서 이쪽으로 출장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목소리도
아주 좋고 부드럽게 들렸다.
쌍계사 입구에서 내린 우리는 착한 어린이들처럼 고개 숙여 거듭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차가 떠나자 우리는 폭소를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이 나이에 히치하이킹이라니!”
쌍계사 가는 길에
하류의 가파른 물살
포개진 산등성이가 아름답다
쌍계사 건너는 길이 보이네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할 무렵 절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절을 한 바퀴 돌고는 저녁 예불 종소리를
듣고 싶어 시간을 물으니 6시 15분에 타종을 한다고 일러준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친구는 그냥 내려가자고 조른다. 나는
“한 번 들어봐라, 기억에 남을 거다.” 해 가며 구슬렀다.
그러나 정작 6시 15분이 지나도 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반이 되서야 스님 한 분이 나타나서
“오늘은 타종만 합니다.”한다.
진작부터 범종각 주변을 서성이는 우리를 본 모양이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담당하시는 스님이 지금 안 계십니다. 내일 와서 들으세요.”
가겠다는 친구를 부득부득 붙잡은 게 미안하다. 이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큰 절에서 이렇게 중요한 의식을 이런 식으로 치르고 넘어가다니--
율찰 대본산 쌍계사
네잎클로버
대웅전-1975년이후 복원, 중창-대부분 6.25전후에 소실됨
유품 소각장?
나한전-아직 단청을 입히지 않은 채로 껴넣은 목재가 인상적이다
참 이뿌다~
석등-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추정
늦둥이 동백꽃
안녕, 쌍계사!!
민망함과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 나오다가 절 밖 음식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마침 쌍계사로 들어가는 스님 몇 분이 눈에 띄었다. 걸음걸이가 결곡함이라고는 어느 구석 찾아볼 수 없고, 점심 식사를 마친 회사원들이 포만감에 젖어 느긋하게 일터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꿀맛!
<창원산장>의 저녁식사-모두 맛 있지만 죽순 무침, 표고전, 두릅전이 별미~
저녁준비가 다 됐다는 산장 여주인의 전화와 함께 그녀는 쌍계사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평일이라선지 여기서도 저렴한 숙박료에 가벼운 밥값으로 귀한 산나물을 마음껏 먹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걷고 또 걷다 보니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잠이 밀려왔다.
밖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 돌을 차는 거센 물소리만이 점점 크게 들리고
곁에서는 갸르릉거리며 낮게 코를 골기 시작하는 친구의 숨소리만 방안 가득하다.
(2010.5.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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