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

(1)로스앤젤리스 상공을 향해

맑은 바람 2011. 1. 3. 21:30

1999. 8. 5 15:00 출발

 밤을 꼬박 새우며 미역국도 끓이고 밑반찬도 만들며 가족들로부터 벗어나는 미안감을 덜어보려 했다.

그런데 여행가방에 문제가 생겼다. 둘 다 비밀번호가 바뀌어 버려 열리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루도비꼬 생일이자 미국 가는 날이라, 제가 공항까지 전송하기로 약속했는데 휴대폰도 꺼 놓고

행방불명.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야 통화. 바로 공항으로 나오겠다고.

아침부터 여행가방 사건으로 Kim‘s Club으로 뛰어다니고 난리를 피웠던 까닭에 제 아버지와의 대면을 꺼려,

오지 말랬더니 부득부득 오겠단다. 공항에서 마주하니 서운함도 가시고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다.

 

<機內에서>

--잠 못 드는 아이들—

해외 입양아로 보이는 6개월도 안 된 것 같은 아이들이 서양인 남녀의 품에 어설프게들 안겨 있었다.

백일이나 지났을까 말까 한 갓난아인 잠을 자면서도 문득문득 놀라 깨서 울곤 한다.

안고 있는 젊은 남자는 아이의 불편 사항을 이는지 모르는지 같이 졸고 있다.

한 젊은 여자가 안고 있는 아이를 우리 일행인 선생님 한 분이 잠깐 안아 보자며 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는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하며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좀 전까지 무표정한 채로 눈만

또리방또리방 굴리던 아이는 순간 얼굴에 표정이 살아나더니 그 선생님을 빤히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고 조막만한 손이 살며시 올라와 선생님의 양 볼을 만지는 게 아닌가?

영원히 다시 들어볼 수 없는 자장가, 제 어미 품속에서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고국의 자장가’에 본능적으로

끌린 것일까?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나는, 순간 가슴이 콱 막히며 눈물이 차 올랐다.

몹쓸 연놈들! 어떡하다 저렇게 예쁘게 만들어 놓곤 또 내팽개쳐, 등기 우편물처럼 남의 나라 사람 손에

들어가게 하나!

끼고 앉아 굶기느니, 잘 사는 나라 가서 잘 먹고 잘 크게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철 들자 뼈 속까지 시린 외로움과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생각으로 살, 아이의 삶은 생각 않고? 이렇게 해서

해마다 바다를 건넌 아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됐을까?

전에 미국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홀트양자회에 신청해서 아이를 맡아 가지고 가곤 했다는 어떤 분 얘기가

떠오르며, 그분은 내내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아이를 내려다보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LA공항에서 우릴 맞아 준 건 50m도 더 넘을 것 같은 팜 트리와 시멘트 건물과 빵빵거리는 차와 붐비는 각양각색의 인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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