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빠진 날-물 안 묻힌 날
부엌으로 들어서는 나를 남편이 제지한다.
“내가 미역국과 밥을 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
양지가 떨어져서 남편은 닭고기를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
맛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고 감사하며 아침을 먹었다.
“우리 청평사나 갔다 올까?”
그러자며 순순히 남편을 따라나섰다.
“그럼 오는 길에 <이디오피아의 집>을 들르면 좋겠네.”
거기가 뭐 하는 데냐고 묻길래 아는 대로 설명했다.
새로 난 춘천고속도로를 두고 옛길로 해서 갔다.
양구, 금강산댐 이정표가 나타난 후 오봉산 <청평사>에 닿았다.
입구의 <오봉산장>에서 먹은 ‘더덕정식’ 맛이 훌륭했다.
두 번째로 가본 <청평사>는 전각이 다닥다닥 붙어 좀 답답한 인상을 주었다.
먼 곳까지 찾아온 여행자들이 만나고 싶은 절은,
널찍널찍한 공간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전각과 빛바랜 단청과 처마 밑에서 한가로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건만, 이제는 어디를 가도 고색창연한 절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목조건축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인가 너도나도 새 집 짓기 경쟁이 붙어서인가-- 스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새 건물이 주는 ‘날 것’ 같은 인상 때문에 씁쓸한 뒷맛이다.
구성폭포(문헌에는 쌍폭, 구송폭포라 함)
춘천 공지천 앞 <이디오피아의 집>에 도착한 건 오후 해가 설핏할 무렵-
얼마 전에 바로 건너편 조각공원까지 왔었는데 그때는 단체관광이라 이곳엘 들르지 못해 아쉬웠다.
외관은 내 상상에 미치지 못했으나 이 집을 짓게 된 경위를 어느 글에서 읽고 그 주인에게 감명을 받아
꼭 한번 오고 싶은 곳이었다.
수문장
안으로 들어서니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1968>이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걸려있고 에디오피아와의
인연을 말해주는 기사들이 한쪽 벽면에 걸려 있었다.
박대통령과 이디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나란히 서있는 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1968. 5.18 환영식장
솔로몬의 후예답게 지혜로운 황제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지국가에 살던 사람들이라 역시~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돕고 보살필 때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웠던 두 나라
에디오피아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이 찻집 주인은 에디오피아산 원두커피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80 노구를 이끌고 다시 한국을 찾아주신, 고마우신 분들
회색 자켓을 입은 여성이 지금 주인(그 옆의 분이 이 집을 여신 분)
평일이라 넓고 조용한 실내
찻집의 안락한 공간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들
카라멜 마끼아또
호숫가에 자리 잡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며 ‘카라멜 마끼아또’라는 생크림을 듬뿍 얹은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 들러보고 싶게 하는 분위기 좋고 정겨운 공간이다.
201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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