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 <목요 특강>에 임동창씨가 온단다.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모아 성북구청 4층 강당으로 갔다.
자리를 잡지 못할까 봐 30분이나 일찍.
임동창은 일찍 온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한다.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만세 삼창 부르기’, ‘팔 쭉 뻗고 하늘 보기‘ 등의 가벼운 체조를 함께 했다.
수제자를 불러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돌아와요, 부산항>을 비롯, 유행가 몇 곡도 부르게 하고
우리들도 따라 불렀다.
강의실은 시간도 되기 전에 가벼운 흥분으로 들떴다.
그는 말했다.
어려서부터 시골길을 걷다가 작은 풀꽃에 시선이 닿으면 가던 길 멈추고 펄썩 주저앉아서 마냥 들여다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강물을 바라보는 일이 재미없는데 재미있었다고.
그러면서 <은방울꽃-그는 그 꽃을 가리켜 ‘맑은 눈물 한 방울’이라 했다. 그 ‘맑은 눈물’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과 시련을 승화시킨 후 흘리는 그런 눈물 같은 거라고.> 그밖에 <금강초롱꽃> <큰개불알꽃>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연주를 했다.
은방울꽃
효재의 꿈-<달하> 공연 중에서
그의 아내는 전통 보자기 匠人으로 길상사 앞에 저택과 가게를 소유하고 있는 유명인 이효재였다.
아내 이야기도 풀면서 아내를 위해 작곡한 노래도 들려주었다.
작곡: 임 동창
작사: 이 외수
여자로 태어나
사는 일이 버겁거든
풀꽃처럼 구름처럼
효재처럼
살 일이네.
풀꽃처럼 구름처럼
풀꽃처럼 구름처럼
효재처럼
살 일이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우리 모두의 話頭를 건드린다.
권력에, 돈에 명예에 집착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멋지게’ 살아야 한다. 예술을 즐기며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죽은 후에 자식들이, 고생만 하고 간 부모 생각하며 애통해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활을 즐기며 멋지게 살다 가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노래 부른다.
청산은 날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날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이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카메라를 가져갈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간 것이 얼마나 후회스럽던지--
중간 중간에 송도영이라는 제자를 불러내어 <밀양 아리랑>, <아리랑>을 부르게 했다.
밀양아리랑의 가사를 음미하니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보아 달라고 애타게 연인을 불렀으면서도 막상 임이 오시니 인사도
못하고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빵긋‘ 했다니--
도영양은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아가씨였는데 간드러지는 춤사위와 어우러지는
노래가 일품이었다. 내년 3월에 무대에 선다는데 데뷔 공연을 꼭 보러 가고 싶다.
두 시간 남짓 청중을 사로잡은 두 사람은 우리 모두에게 행복 만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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