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방/피정과 말씀

구약성서 필사를 마치다

맑은 바람 2014. 2. 6. 13:25

 

어찌 감개가 무량하지 않을쏘냐?

2012년 8월 느티회 친구들과 오크밸리에 놀러가서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성경필사 얘기가 나오고 그때 나는

‘아, 이건 죽기 전에 꼭 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해 8월 22일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구약 1634쪽, 대학노트로 2575쪽을 썼다.

 

욥기의 감동에서 출발했으나 이사야에 이르러, '이건 아니다, 창세기서부터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했다.

구약의 하느님,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신 하느님이 내게는 친밀감이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

비록 국민학교 입학 전부터 종로 5가 내가 사는 집 길 건너편에 있던 <연동교회>를, 그저 좋아보여서 다니기 시작하다가  20후반에 수녀원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서 카톨릭교회에서 영세까지 받았다.

그러나 구약에서 만난 하느님은 이방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을뿐더러 너무 자주 분노하고 쳐죽이고 저주를 퍼붓고 하여 참으로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며 하루 두세 시간씩 1년 6개월여를 책상머리에서 성서필사에 매달린 끝에 오늘의 결실을 이룩했다.

한때는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을꼬?’하다가도

‘아니지, 내가 열심히건 아니건 철들 무렵부터 교회와 성당을 드나들었는데, 가장 알갱이가 되는 바이블의 내용도 모르고 껍데기만 드나들어서야 되겠는가, 역시 쓰기 시작한 건 잘한 일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예언서 뒤쪽으로 갈수록 내용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나왔다.

속은 부글거리고 머리에 쥐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얼른 끝내고 신약의 예수님을 만나러 가야지 하는 기대감으로 참았다.

이제 한숨 돌리고 십자가의 예수님, 갈릴리 호수 위를 건너는 예수님을 만나러 가야 한다.

그분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