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기도

슬로시티 鳥安面에서

맑은 바람 2016. 10. 1. 01:43


나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용문행 전철을 타고 운길산역 가까이 鳥安에 사는 친구네 집엘 간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 두 번씩이나 전철을 갈아타고 가야 한다.

처음엔 그 먼 데를 지루해서 어찌 다니나 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우리가 만나는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주위에 人家가 없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어 좋고, 노래 부르기가 끝나면

뜰로 나와 도우미 아줌마가 정성스레 차려주는 점심을 먹은 후

가까이에 있는 분위기 좋은 찻집을 찾아가거나,

황금빛 코스모스가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내는 북한강 길을 따라 도란거리거나 하하 깔깔 웃어가며

산책하는 즐거움은 이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친구를 통해 낯선 이를 알게 되었는데, 자라고 머물렀던 환경이 달라도 대화가 통한다면 十年知己처럼

금세 가까워질 수 있는 게 또한 나이든 증거인가 보다.



                                                             감이 있는 뜰

                                                    주인 잃은 경운기에서도 나팔꽃은 한창이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 잡초 취급 받는, 길가의 <둥근잎 유홍초>


                       -이 또한 번식력이 좋아 홀대받는, 아름다운 <천일홍>  꽃말이 不朽 不變, 매혹이다.


                         몇 포기 집으로 데려왔다.


오늘은 강변길을 걸었다.

조안면 물의 정원에서 유기농 생산자들의 친환경 먹거리 판매와 함께 짚풀 공예품, 꽃누르미 장식품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변에 끝없이 펼쳐진 황금코스모스밭




                               유기농먹거리 체험 행사장에서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 '베사메무쵸'를 부른다


                                                                        내가 만든 팬던트

가을 강변의 코스모스-詩情이 절로 인다


산  물  바람--

짚풀공예품을 사들고 흐뭇해하는 친구

(옆의 친구가 한마디-양수리시장에서 밭에서 뜯은 나물 마수거리 잘하고 기분 좋아하는 표정 같다고--)


                                                                              물의 정원



햇살은 부드럽고 날로 여물어 가는 가을 풍광을 즐기는 가운데, 걸으며 쉬며 구경도 하다가 아이스크림을 사서 핥기도 하고, 따끈한 커피 한잔씩 나누어 마시며, 가끔 노래도 함께 부르며 강변을 산책하노라니 누군가 한마디 한다.

 

어쩜, 소녀들 같으세요, 노래도 잘 부르시고--”

암요, 얼굴 주름이 늘어 그렇지, 마음엔 아직 주름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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