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나라--
가는 곳마다 두 가지 언어가 나란히 적혀있어 영어도 조금밖에 모르는 우리같은 이들이 헷갈리기 십상이다.
실수를 연발해도 '여행자니까~'라고 느긋하게 맘을 먹어야지, 반복되는 실수에 짜증을 내버리면 여행은 꽝이 되고 만다.
두 가지 감정이 내 안에서 수시로 왔다갔다 한다.
기차표를 한 장 끊쟤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감'이 살아 있어 어제 한번 해본 경험을 살려 <겐트>행 표를 끊는다.
어제 갔던 베르헤보다는 거리도 가깝고 규모도 작은 도시, 그러나 열차 안은 겐트행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13~14세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 해서 가보기로 한 곳이다.
소문 그대로 <겐트역>은 역이라기보다 무슨 미술관을 들어선 듯 아름답다.
<겐트역>
<겐트 안내지도>를 한 장 구해 든다.
5개국어로 되어 있는데 영어는 4번째로 나온다.
'진짜 유럽'에서는 영어가 밀리는 기분~~
광장까지 30~40분 거리라 해서 또 걷기 시작한다.
'여행의 참맛은 걸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면서~~
드디어 광장에 도착, 주요 건물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어 그곳을 한바퀴 돌면 볼 만한 것들은 다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인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개와 아이들이 정말 많다.
개를 동반하고 트램이나 기차를 타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벨포르<Belfort>에 오르기로 한다.
'종탑'의 의미인 듯한데 14세기 초 겐트에 처음으로 세워져 마을의 수문장 역할을 했으리라.
<벨포르> 앞 광장에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사람들이 붐빈다
55개의 계단을 오른 뒤에 다시 리프트를 타고 3층까지 올라 테라스로 나간다. 한 바퀴 돌면 겐트 시가지를 다 볼 수 있다. 꼭대기에 용의 형상을 한 괴물(?)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 하고 있다. 혹자는 그걸 황금 독수리라고 하는데 그럴듯 하기는 하지만 1층 박물관 입구의 대형액자에 씌어 진 글을 보면 용의 형상임을 알 수 있다.
"--The brave men did not kill dragons.
The brave men rode them.--"
여의주가 안 보이네~~
55개의 계단과 리프트를 잇는 곳에 14세기에 만들었다는 드럼이 전시되어 있었다.
40개의 종이 한꺼번에 울릴 때의 그 엄청난 하모니를 지금은 상상 속으로만 듣는다.
15분마다 자동으로 울리는 빈약한 종소리를 두 번 듣고 내려왔다
벨포르에서 내려다 본 古都 겐트
저녁식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은 겐트 사람들과 어울려 길거리 음식을 사먹기로 했다.
홍합과 새우를 버터에 구운 요리와 그리스 후드, 커피 그리고 따끈하게 데운 와인의 맛!
안녕! 겐트~~
다시 오거든 미처 만나지 못했던 곳들을 다시 찾으리라.
오늘 20646보를 걸었다.
<슈만역>을 걸어 올라올 때는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발아,
자네가 진정 주인을 잘 만난 건지 못 만난 건지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수고 참 많았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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