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56일째 <몰타의 크리스마스 >

맑은 바람 2016. 12. 27. 07:16

발레타의 <성요한성당>에서 정오미사를 보기 위해 제니와 조이와 함께 10시 30분에 만났다.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아 근 30분 늦게 도착했는데 미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어제 길에서 만난 이가 미사시간을 잘못 가르쳐 준 것이다. 낭패다 싶었는데 안내인이 바로 옆 성당에서 미사가 있으니

그리 가 보란다. 허위허위 길을 나서 부근 성당으로 가니 몇 사람 놓고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곳은 <St. Paul's shipwrect Church >였다.

언제나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신부님의 말은 문제가 안되었다.

그 나직하고 부드러운 음성은 성음악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재판소 앞에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무장경찰과 경찰차, 카메라를 든 기자들, 웅성거리는 사람들- -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 안에 누가 있냐고~

-하이제킹 범인 두 명이 곧 나올 거라고~

 

아연실색했다.

며칠 전 몰타공항에 비상착륙한 리비아 항공 공중 납치 사건의 범인이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재판을 받고 나오나 보다.

잠시 뒤 범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젊은 흑인 청년들이다.

돈 몇 푼에 사주받았을 게 분명한데 앞이 창창한 저 젊은이들의 앞길은 어찌 될까?

온몸을 결박당한 채 표정없는 그들을 보고 무거워진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버스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아, 범인 호송을 위해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있나 보다고 우리 관습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풀릴 만도 한 시간인데 여전히 버스공용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가판대에서 빵을 사며 제니가 물었다.

-뭔일이냐고?

빵집아가씨가 말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라 기사분들의 브레이크 타임이 세 시간이어서 오후 세 시부터 차가 올 거라고~

 

아, 이게 바로 몰타의 '고요한 크리스마스'로구나.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젊은 남녀들이 더러 짝을 지어 밤 문화의 거리 <페쳐빌>로 몰려가곤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을 동반하고 유모차까지 끌고 나와 거리를 걷거나 음식점을 채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대낮에, 가장 바쁜 버스 기사들, 시간이 없어 버스에 앉아 빵쪼가리를 뜯는 그들이 세 시간 동안 누리는 브레이크 타임은 얼마나 소중할까?

 

우린 차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발레타공원엘 올라가 봤다.

두 달이나 있었어도 처음 가본 곳-

<Hastings  Garden>

공원이름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보니 몰타 총독이었던 영국인의 이름이다.

은연 중에 영국의 영향력을 느낀다.

공원엔 꽤 오래된 나무와 방치된 듯한 조각상과 벤치가 있고 저 멀리 슬레이마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한적한 쉼터로 더할나위 없이 좋다.

 

저녁 후 제니와 조이가 와인과 치즈안주를 들고 올라왔다.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다.

몰타에서의 시간들을 되새김하며 이 시간 속에 머무를 수 있게 한 모든 손길에 감사했다.


 성바울의 難破교회

재판소 앞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재판소를 나서는, 공중납치 범인들

 

발레타 거리

 발레타에서 내려다본 해안풍경

 

 

 

 길바닥 표지판에도  영연방~~

 

<Hastings Garden>의 성벽들

 


기숙사에서  조이 제니가 베푼 크리스마스 파티

Carpe Die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