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78일째 <Oh, Danny!>

맑은 바람 2017. 1. 17. 03:05

어제 오늘 먹는 때 빼고는 종일 이부자리 뒤집어 쓰고 누워지낸다.

몰타에 온 두 달여 감기 한번 안 걸렸는데 이번 싼토리니에서 된통 걸려 돌아왔다.

누워서 얕은 잠이 들라치면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젊어서 출근할 때 같으면 꼼짝없이 나가야 하니까 감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모든 걸 작파하고 누워 있어도

되니 늙었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대니는 꼼짝말고 누워있으라며 홍합배추국을 한 냄비 끓여 놓고 그지라 <아시안 마켓>에 쌀과 고추장 사러 갔다.

 

난 언제부턴가 남편을 '대니'라고 부른다.

평소에 아일랜드 민요  <Oh, Danny Boy>의  歌詞와 곡이 무척 좋아 곧잘 흥얼거리다가 아예 남편의 별명으로 삼은 것이다.

 

대니와 내가 서로 만나서 알고 결혼한 지 43년째다.

영어스쿨에서 젊은애들이 뭐가 그리 궁금한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나

물으면 내 나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Guess it!

해버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 안다.

이 유학원에서 우리가 제일 맏이라는 걸~~

 

처음 이곳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을 때 대니는 무척 난감해했다.

이 나이에 무슨 생뚱 맞은 짓이냐고?

그러나 한번 맘 먹으면 불도저가 되버리는 마눌 등살에 보청기까지 장만해서 왔다.

그는 막상 부딪치면 Fighter 기질이 드러나는지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학생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다.

숨은 재주도 꺼내 보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수업이 파하면 거의 매일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지도와 구글 맵에 의존해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들을 다녔다.

젊어서 출장다닐 때 익혔던 언어로, 궁하면 이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가면서~

대니는 짐꾼에다 가이드, 그리고 통역사 역할까지 해가며 나의 훌륭한 파트너가 돼 주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네 구비나 돌면서 山戰水戰 空中戰까지 다 치르고 지금에 이르렀으니 오직 다행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10평 남짓 되는 공간에서 석 달 가까운 동안 각자 가지고 온 다섯 벌 남짓한 옷가지와 一食一饌으로도 행복했으니 집으로 돌아가면 이곳에서의 생활을 기억하며 기쁘고 감사하게 살리라.

 

그러나 대니와는 앞으로도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살 것 같다.

우리는 相剋이면서 相生하는 부부니까~~

 

" I'll be 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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