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처서 處暑

맑은 바람 2017. 8. 26. 11:59


***처서 處暑가 지났습니다.

더는 풀도 자라지 않고 모기 입도 삐뚤어져 힘을 못 쓴다는---


간밤에는 에어컨 선풍기 없이도 뜰안 가득 울려퍼지는

풀벌레소리 자장가 삼아 단잠을 잤습니다.


하늘은 저만치 높아지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입니다.

이런 날 빨랫거리를 죄다 꺼내서 빨아 널으면

뿌듯한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사는 게, 뭐 별건가요?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완전히  영글도록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묵직한 포도송이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남아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불려 나뭇잎들이 뒹굴 때면,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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