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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4(1)쿠바/멕시코

맑은 바람 2021. 1. 18. 23:46

황홀과 색채의 덩어리, 라틴아메리카
김병종/문학동네/331쪽/읽은 때:2021.1.15~ 1.21

1.쿠바~137
2.멕시코~173
3.아르헨티나~241
4.브라질~283
5.칠레~303
6.페루~331

1.쿠바~(137)
(28)빗줄기가 수묵처럼 번져올 때 차 안에서 홀로 라이쿠더(파리,텍사스의 음악 감독)의 음악을 듣는 것은 위험하다. 빗물에 튀기는 그의 기타소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던 아픈 추억들을 불러다 주고 말 것이기에. 그 위에, 삶은 유한한 것이며 모든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시간이 곧 올 것이라는 예감까지 얹어줄 것이기에. 그러나 햇살이  명주이불처럼 낭창낭창할 때라면 그의 기타소리는 마음의 주름까지 펴줄 것이다. 그러기에 라이쿠더는 천생 사시사철 햇빛 환한 쿠바에서라야 제맛이 난다.

빔 벤더스(독일 출신 영화감독)는 또 누구인가. 하얀 날개가 아니라  우중충한 코트를 입은 음울한 표정의 사내가 온몸으로 읊은 '베를린 천사의 시'(칸영화제 감독상 수상)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사람이 아니던가.빔 벤더스는 또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환영받는사교클럽의 뜻)'에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주제인 '길 위의 인생'을 여과없이 보여준다.그러나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이다. 길위의 인생들은 너나없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정지된 시간 속으로 하얗게 바스러지며 소멸해간다. 그러나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들은 소멸한 그 지점에 진저리나도록 붉은 꽃송이들을 던져놓고 사라진다. 슬픔을 모르는 글라디올러스 같은.
(31)쿠바의 대표적인 음악장르인 손, 룸바, 과히라 그리고 쿠반  재즈---아프리카 음악의 전통 속에 라틴아메리카의 숨결이 섞인 그 개성적인 음악들이야말로 수많은 이방인들을 취하게 할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가난과 슬픔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다.
(화첩기행을 세 권씩이나 읽었으니 식상할 때도 됐지 했건만 쿠바인 이야기를 읽노라니 다시 빠져든다. 그래서 작가는 겁도 없이 다섯 권씩이나 시리즈를 냈나 보다. 그를 철석같이 믿은 문학동네도--)

(39)아바나의 음악 그룹 중에는 장년과 노년의 그룹들이 많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도 그중 하나다


(48)달빛도시 아바나:차는 서툴게 찍은 목판화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방향에서건 시내로 가는 불꺼진 길의 양 옆으로는 도열한 혁명군 같은 검은 나무들이 서 있다. 가끔씩 맞은편에서 오는 차의 불빛이 휙 스치고 지나간다.그리고 다시 계속되는 어둠. 차가 길의 한  머리를 낚아채자 마침내 멀리 드문드문 박힌 시내의 불빛이 보인다.그러나 불빛은 가난하고 어둠은 풍성하다. 그리고 하얗게 떠오른 달. 가난한 도시는 달빛으로 부풀어 있다.

(74)선술집 라보데기타 델 메디오. 헤밍웨이는 이곳의 왁자지껄한 속에서 모히또와 다이키리를 마셨다

                                 

(75)아바나의 헤밍웨이:
암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다이키리의 요람 카페 엘 프로리디타--카페 라보데기타 델 메디오에서 헤밍웨이의 술 모히토를 마신다
*다이키리:알콜+설탕+레몬+얼음조각
*모히토:럼주+소다+박하+레몬즙+얼음을 넣은 칵테일

(76)거나하게 취한 사내들의 목소리만 난무하는 라보데기타야말로 아바나에서도 가장 헤밍웨이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그 취한 사내들은 모히토나 다이키리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 거침없이 아내를 갈아치우고 여자를 종종 하찮은 존재로 여겼던 헤밍웨이의 남근주의에 숭배를 바치러온 헤밍웨이의 교도들처럼 보인다.
(79)노인과 바다의 코히마르 마을:
액자 속 풍경화 같은 작은 바닷가 마을. 펼쳐진 풍경을 보자 문득 이곳이 낙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을을 지나 바다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사방이 평화투성이다. 거칠 것 없는 햇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는 물결, 기묘한 치유력이 느껴지는 달콤한 바람, 여행자의 허파를 간질이는 바다 내음--
카페 라테라사.이처럼 아름다운 바닷가 집을 본 적이 없다. 지는 해에 금빛으로 물든 바닷물이 테라스를 쓰다듬는 이 집은 코히마르의 전경을 가장 잘 펼쳐보이는 장소다.
"늙은이야, 지금은 가져오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돼."-'노인과 바다'에서
*노인과 바다의 실제주인공 푸엔테스는  2002년 10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함.
(84)소설을 다 읽고나서 나는 허탈했다. 이것이 전부인가 이렇게 단순하고 쉬운데 노벨상을 받았단 말인가. 그때 나는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너나없이 인생들이 떠있는 곳이 망망대해라는 것을. 그리고 앙상한 뼈만 남을지라도 끝내 삶의 항구로 끌어오고 싶은 '바로  그것'에 전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 그 어떤 인생에나 있다는 것을.
*스웨덴한림원의 작품평: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현실세계에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모든 개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존경심이 드러난 작품
(89)핑카 비히아 집:'전망좋은집'이라는 뜻. 산프란시스코데  파울로 마을에 있는 헤밍웨이의 아바나 집필실. 1928~1960년까지 살았다.(1961년 7월 미국에서 죽음) 생애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나날들을 보낸 집. 현재 헤밍웨이 박물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헤밍웨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충만하고 가장 심오하고 가장 진실한 작품으로 일컬어짐.
(106)쿠바의 연인 체 게바라:
그는 맹렬한 독서가에 작가이고 시인이었으며 사상가이자 화가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그는 철저한 게릴라대장이었고 급진적 혁명가였다. 그리고 이 모든 족적을 서른 아홉의 생애 속에 다 담아내었다.
(111)어느 카페에서 만난 쿠바인과의 대화:
-쿠바인은 왜 아직도 그를 사랑하나
-우리는 그에게 빚진 사람들이다.
외국인이었지만 그는 우리를 위해 죽었다. 우리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다. 우리가 오늘도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가 꿈꿨던 이상사회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과거가 아닌 현재다. 아바나에서는.
-혁명은 성공하지 않았는가. 미국도 물러갔고.
-혁명의 대상은 독재나 미국만이 아니다. 일체의 차별과 억압이 사라져야 한다.
**근처의 유명호텔에 내국인 투숙금지조항이 있다.

(113)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음악과 사랑의 도시 아바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도시이기도 하다


.(119)호세 마르티:(1853~1895) 쿠바 아바나 출신의 시인, 언론인, 혁명가.쿠바의 국부로 추앙받음
**대표적인 시--관타나메라(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10대 명곡의 하나 '관타나메라'는 쿠바  동부의 주이름)

2.멕시코
디에고 리베라:(1886~1957)부친은 교사, 엄마는 인디오 혼혈/1929년 프리다 칼로와 결혼/주로 벽화를 제작/멕시코 공산당 당원
(138)벽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사람--회색의 콘크리트 벽에 색채의 마술을 건 남자. 벽으로 하여금 살아 꿈틀거리며 생을 긍정하게 만든 남자
부당한  일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뼈가 부서지게 일했던 순박한 농민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지녔던 디에고는 그들을 불러들여 자기화면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는 마야 문명을 아우라로 삼아 인디오의 삶을 멕시코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대통령궁 안의 벽화는 그의 대표작이다.
코요아칸:크레파스를 함부로 문질러놓은 듯한 색색의 단층집들. 푸른 대문, 분홍 지붕, 노란 벽--다시 초록대문, 하늘색 담장, 붉은 지붕. 그 색채의 덩어리들이 말을 걸어오다 못해 무어라 외치며 쫓아온다. 금욕적인 수묵화 동네에서 온 나에게 사방에서 달려드는 이 원색의 생생한 야만은 속수무책이다. 여기가 어디인가. 온갖 색을 종처럼 부리며 살았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그들이 결혼해서 살았던곳이 아니던가.(1929~1954) 그들의 영지답게 코요아칸은 색채들로 소란하다.

 

(139)고통스러운 삶을 그리지만 독특한 생명력과 낙천성을 잃지 않는 디에고의 벽화는 강렬한 생기를 발산한다

 

(152)프리다 칼로(1907~1954)의 색: 푸른 집.지붕도 푸르고 벽도 푸르다. 문도 푸르고 창도 푸르다.
블루. 우리는 막연히 푸른 색에서 희망의 기미를 읽어내지만 본디 푸른 색 깊숙한 곳에는 우울이 출렁이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다의 푸른 집은 그녀의 생을 직역한 것이 된다. 이 광기와 몽환의 집은 동시에 우울의 우물인 것이다.

(153)코요아칸 프리다 칼로 기념관. 그녀의 작품이 상설되어 있는 이 푸른 집에서 그녀는 생전에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166)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멕시코 출신의  대학교수, 외교관, 편집장, 세계적 소설가.
'성공하고 나면 혁명은 늘 제 스스로를 배반한다.'라고 혁명의 이율배반에 대해  말했다.
혁명의 열매는 다만 몇 사람의 달콤한 디저트가 되고 마는 것이다.
대표작--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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