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이인규 옮김/문학동네/153쪽/읽은 때 20210327~ 0330
쿠바연안
산티아고 노인과 소년 마놀린--
그 둘은 서로 깊이 신뢰하며 사랑한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가슴이 떨릴 게다.
헤밍웨이도 그 자신이 즐겼던 바다낚시의 기억을 산티아고 노인을 통해 신나서 깨알같이 자세히 묘사했지만, 여성독자들의 반응까지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기노라면 거친 대양 한가운데서 사흘 밤낮을 굶주림과 육신의 상처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서도 잡은 물고기 청새치를 지키려고 상어들과 싸우는 산티아고 노인이 헤밍웨이와 오버랩되어 장엄한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스릴과 긴박감이 넘친다.
(35)날치떼와 군함새와 만새기 무리와 어부: 쫓고 쫓기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숨막히는 생존경쟁을 본다.
*만새기-40kg, 1.5~2m
*아구아 말라-촉수일부가 피부에 닿으면 옻나무를 만졌을 때처럼 손과 팔에 두드러기와 발진이 생김
(42)오늘은 85일째 되는 날이니, 뭔가 제대로 된 고기를 잡아야 할 텐데. 바로 그때였다. 낚싯줄을 지켜보던 노인의 눈에, 수면으로 삐죽 나와 있던 초록색 막대찌 하나가 물 속으로 홱 꺼지는 게 보였다.
(51)청새치의 이별: 청새치는 암놈에게 먼저 먹이를 물도록 양보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산티아고 노인에게 암놈 청새치가 물렸다. 계속 배 곁을 맴돌다가 배 위로 올려진 암놈을 보려고 공중에 날아올랐다가 마침내 깊은 물 속으로 사라진 수놈을 생각하며 노인과 소년은 슬펐다.
**청새치-보통 크기가 3~4m 정도
(56)"물고기야, 난 널 사랑하고 또 무척 존경한단다. 하지만 오늘이 지나기 전에 널 죽이고 말겠다."
그렇게 되기를 빌어야지, 노인은 생각했다.
(57)휘파람새의 방문: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에서 배를 향해 날아왔다. 새는 수면 위를 아주 낮게 날고 있었다. 새가 매우 지쳐 있다는 것을 노인은 알 수 있었다.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65)마침내 물고기가 나타났다. 물고기는 조금씩 끝없이 솟아오르는 듯 하더니 양옆구리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물고기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머리와 등은 짙은 자주색이었고 양 옆구리의 넓은 줄무늬는 햇빛을 받아 연보라색으로 빛났다. 날카로운 주둥이는 야구방망이만큼이나 길고 양날 검처럼 끝이 뾰족했다. 물고기는 온몸이 전부 드러날 만큼 솟아올랐다가 물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 배보다 육십 센티미터는 더 긴 놈이야"
(66)굉장히 큰 놈이야. 만약 내가 놈이라면 당장 온 힘을 쏟아 뭐든 부러져 결판 날 때까지 해보고 말 거야. 하지만 감사하게도 이놈들은 자기네를 죽이는 우리 인간만큼 영리하지 못해. 비록 우리보다 기품이 있고 더 큰 힘을 가졌지만 말이야.
(71)인간은 커다란 새나 야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존재야. 그래도 나는 지금 캄캄한 바다 밑에 있는 저 야수같은 물고기가 한번 되어봤으면 좋겠어.
(76)민새기의 죽음:민새기는 주둥이를 발작적으로 빠르게 벌렸다 다물었다 하여 낚싯바늘을 뿌리치려고 용을 쓰면서 꼬리와 머리와 길고 넓적한 몸뚱이로 배바닥을 마구 두드려댔다. 노인이 그 반짝이는 황금빛 대가리를 몽둥이로 후려치자 마침내 부르르 몸을 한번 떨고는 잠잠해졌다.
(생명있는 모든 것들의 살고자 하는 몸부림은 처절하다. 그들의 숨을 끊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잔인하고 야만스러운지.)
(79)노인은 먹은 게 아무것도 없는 그 커다란 물고기가 불쌍해졌다. 그렇지만 이런 연민에도 물고기를 죽이겠다는결심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89)노인이 바다로 나온 뒤로 세번째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물고기가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허먼 멜빌(1819~1891)의 백경이 떠오른다,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산티아고 노인이 잡은 물고기는 700kg 정도는 족히 되었다.
(104-107)상어의 습격: 최초의 상어가 물고기에게 덤벼든 것은 한 시간 뒤였다.
--놈은 아주 큰 청상아리였다. 바다의 그 어떤 고기 못지 않게 빨리 헤엄칠 수 있는 놈으로 아가리만 빼고는 몸 전체가 아름다운 녀석이었다. 황새치만큼이나 푸른 등에 배는 은색이며 껍질은 매끄럽고 멋있었다. ---다가오는 상어를 보았을 때 노인은 이놈이 두려움이라곤 조금도 없고 자기가 원하는 건 반드시 해치우고 마는 상어라는 것을 알았다.---노인은 굳은 결의로 가득차 있었지만 희망은 거의 품지 않았다. 이런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아, 노인은 생각했다.
--큰 물고기의 껍질과 살이 찢겨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노인은 상어의 머리에, 두 눈을 연결하는 선과 코에서 등쪽으로 빧어나간 직선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작살을 힘껏 내리꽂았다.---상어는 몸을 뒤집으며 한바퀴 빙그르 돌았다. 노인은 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물고기의 일부가 뜯겨나가자 노인은 물고기를 더는 쳐다보기 싫었다. 물고기가 물어뜯겼을 때 노인은 마치 자기자신이 물어뜯긴 것처럼 느꼈다.---하지만 나는 내 물고기를 물어뜯은 상어놈을 죽였어. 게다가 놈은 내가 여태껏 본 덴투소(큰 이빨을 가진 상어의 일종) 중에서 제일 큰 놈이었어.
---오래가기에는 너무나 좋은 일이었어. 차라리 모든 게 다 꿈이라면. 내가 저 물고기를 낚은 일이 전혀 없던 일이고 그저 혼자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108)"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109)바람은 선선하게 불었고 배는 계속해서 잘 나아갔다. 노인은 물고기의 앞부분만 바라보았다. 희망이 조금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뿐만아니라 난 그건 죄악이라고 믿어.
(111)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죽이게끔 되어 있어.고기잡이는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일이면서 날 죽이는 일이기도 하잖아. 아냐, 날 살아가게 해주는 건 그애야. 나자신을 너무 속여선 안 되지.
(113)(두 번째 상어들의 공격:삽날코 상어/흉포한 대형 상어/ '노인은 그 두 마리도 단칼에 죽였다.)
상어는 물고기를 놓고는 스르르 떨어져 나갔고, 입안에 든 살점을 삼키면서 죽어갔다.(가슴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겁다. 생명있는 것들의 운명이여!)
(115)"칼을 갈 숫돌이 있으면 좋을 텐데."노인은 노 끝머리에 칼을 묶은 줄을 점검하고 나서 말했다.
"숫돌을 갖고 왔어야 했어."
갖고 왔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보게 늙은이, 자넨 이미 그것들을 갖고 오지 않았어. 지금은 없는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있는 걸로 뭘 할 수 있을지 그거나 생각하도록 해.
(117)네번째 상어:놈은 여물통에 덤벼드는 돼지처럼 달려들었다.
노인은 일단 놈이 물고기를 덮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런 다음 노끝에 묶은 칼날을 놈의 뇌에 내리꽂았다.
(118)다섯 번째 공격: 두 마리의 갈라노 상어/ 상어들이 다시 공격해온 것은 해가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다. 놈들은 냄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도 않고 머리를 배쪽으로 똑바로 향한 채 나란히 헤엄쳐 오고 있었다. (그들을 몽둥이로 내리쳤지만 죽이지는 못했다, 작살과 칼이 없으므로)
(123)여섯 번째 공격:한밤중이 되자 노인은 또 싸워야 했다. 이번엔 싸워봤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상어는 떼지어 몰려왔는데 노인은 놈들의 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며 그리는 선과 놈들이 물고기를 덮칠 때 내는 인광 빛만을 볼 수 있었다.
(124-125)한놈이 드디어 물고기의 머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는 키 손잡이로 상어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노인은 한 번 두 번 세 번 연거푸 후려쳤다. 키 손잡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상어는 물었던 것을 놓고 뒹굴며 떨어져나갔다. 몰려왔던 상어떼 가운데 그놈이 맨 마지막 놈이었다. 놈들이 뜯어 먹을 게 더 이상 없었던 것이다.
--노인은 자신이 인제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패배했음을 알았다.
--배는 이제 가볍게 나아갔고 노인은 아무런 생각, 또 그 어떤 느낌도 없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초월해 있었고 그저 집이 있는 항구에 돌아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요령있게 배를 잘 몰 뿐이었다. 마치 식탁에 남은 빵부스러기를 주워먹으려는 사람마냥 밤중에도 상어들이 뼈뿐인 물고기를 또 공격해 왔다.
노인은 이제 상어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키를 조종하는 일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126)바람은 어찌되었든 우리의 친구야.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항상은 아니지만 말이야.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는 저 드넖은 바다도 그렇지 그리고 침대도. 노인은 생각했다. 그래, 침대는 내 친구야. 그저 침대면 돼. 그는 생각했다. 침대에 눕는다면 참 좋을 거야. 침대는 바로 네가 패배했을 때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곳이지. --그런데 널 패배시킨 것은 누구지? 노인은 생각했다. "아무도 아냐."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난 그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133)마지막 문장:
저 길 위쪽 오두막에서 노인은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엎드려서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꿈을 꾸고 있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은 삶을 산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유복한 가정(부친은 의사, 어머니는 음악가)에서 태어나 운동과 사냥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예술가 기질이 넘치고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영향 아래 성장함./열 번째 생일에 엽총을 선물 받음/고교 졸업 후 '캔자스 시티 스타' 지의 수습기자로 있으면서 *하드 보일드 문체 확립/1918, 1차대전 때 구급차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 중상을 입고 밀라노병원에 입원, 거기서 <무기여 잘 있거라>의 실제모델인 간호사 아그네스를 만남/1921년, 연상의 해들리 리처드슨과 결혼, 파리로 문학수업차 떠남/거기서 **거투르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스콧 피츠 제랄드 등을 만나 교유함/1922,그리스 터키전쟁 취재/기자 폴린 파이버와 결혼/1928, 아버지의 권총자살 소식을 들음/1930년 사냥 여행 중 팔이 부러짐. 세 차례 수술/1932~1936 아바나, 아프리카 여행, 낚싯배 구입, 바다낚시를 즐김/이때의 경험이 <노인과 바다>를 낳음/저널리스트 마사 겔혼을 만남/1937, '북아메리카 신문연맹' 특파원으로 스페인 내란 취재/1940, 마사 겔혼과 결혼, 아바나 근교에 '핑카 비히아'(전망좋은 농장)에서 삶, 이곳에서 <노인과 바다>집필, 현재는 '헤밍웨이 박물관'/1944, 콜리어지 특파원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 취재/런던에서 저널리스트 메리 웰시 만남, 말년의 헤밍웨이를 지킴/1952, 9 라이프 지에 <노인과 바다>수록, 이틀만에 500만부 이상 팔림,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 노벨문학상 수상/.아프리카 여행 중 두 차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중상을 입음/1959년 창작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나빠짐/ 1961년7월 2일 미국 아이다호 주 케첨의 자택에서 엽총 자살
*하드 보일드 문체:문학에서, 비정하고 냉혹한 문체를 이르는 말. 1930년대 미국 소설의 한 경향으로 자리 잡은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의 문체이다.
**거투르드 스타인(1874~1946) 파리살롱계를 이끌며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국 여성작가
<엘리스 토클러스의 자서전>이 있다
***스콧 피츠제랄드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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