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7 토
오늘은 감포항을 보기로 했다.
이틀 전 택시기사의 말을 듣고 결정한 일이다.
경주-포항 고속도로 때문에 사람들이 포항으로 몰리면서 '감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우리가 가서 감포를 살릴 수 있겠느냐마는 일단은 사람이 덜 몰린다니까 갈 만한 곳이다.
짐을 챙기고 이틀 묵은 숙소를 떠났다.
*경주 숙소 유감:이틀 내리 묵는다니 청소를 따로 해주지 않는단다. 수건만 새로 덜렁 내민다.
여행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감포행 100-1에 올랐다. 10시 20분이다.
인적없는 거리엔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오늘이 제헌절이구나!
시내를 벗어나 감포쪽을 향하니, 이틀 전 대왕암과 주상절리를 보러왔던 길이라 친숙한 느낌이 든다.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화폭은 온통 녹색의 바다-드문드문 목백일홍 가로수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한 시간여 달려 11시 20분에 호텔앞 하차, 썰렁한 로비로 들어서니 버썩 마른 남자가 나타난다.
3층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단다.
정류장, 바다, 시장이 가까워 포기할 수 없는 곳, 숙박을 결정했다.
주말임에도 차 한 대 없다. 객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도 없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감포를 실감한다
지난 금요일(7/9) 집을 떠나와 어느덧 여행 9일째로 접어들었다.
구룡포에서 이틀간 제자들과 만나 즐겁고 흥분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유턴의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여행지에 어느 정도 유동인구가 있어서 술렁거리는 맛이 있어야 같이 흔들거릴 텐데, 토요일 오후건만 이곳
감포항은 적막 강산이다. 관광객이 비껴 가는 곳이라는 경주 택시기사의 말이 실감난다.
나 또한 그동안의 설렘이 가라앉고 이제 어디로 가지? 혼자 묻는다.
항구를 따라 내려 왔으니 이번엔 계곡을 따라 올라가 볼까?
획실한 건 이곳이 유턴 점이라는 것이다.
감포항 산책을 나섰다.
하늘이 맑으니 물빛도 고와 사진이 환상적이다. 오늘은 방파제 반대편에 난 길로 가보았다. <송대말 등대길>.
바닷가 늙은 해송과 검은 바위들에 달려드는 파도가 한폭의 그림이다.
저녁엔 '삼식이탕'을 먹었다.
생김새가 작고 험상궂은데 이름이 삼식이란다.
고기가 부드럽고 달착지근하니 맛이 좋았다.
여행지에서 그동안 읽고 있던 책이 바뀌고(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새로운 목적지(경북 영양-현재 경북에서 코로나 환자가 제일 적은 지역)가 정해지니 다시 생기가 난다.
6715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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