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엄마품마을/월명리--양구 59

맑은 바람 2022. 5. 7. 22:22

5월7일 (토) 오전에 비 그치고 햇빛 쨍쨍

--엄마품마을
--월명리

양구지도를 펴보면 파로호 상류 한반도섬 위쪽으로 '엄마품마을'이 있다. 얼마나 마음을 끄는 지명인가!
벌써부터 눈도장을 찍어놓고 벼르다가 오늘 딱히 바쁠 게 없는 날이라 그곳엘 가보기로 했다.
9시 40분 첫차를 타고 양구터미널로 갔다.
그 마을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탔다.
기사양반 왈, "특별히 볼 거라곤 없어요. 그냥 동네예요. 전원주택이 좀 많은 동네지요. 산책할 만한 데도 없어요."
'뭐냐, 이게?'
"그럼, 택시로 동네나 한바퀴 돌고 나오지요." 실망했지만 포기할 수 없어 내린 절충안이다.
마을로 접어드니 기사님 말대로 시선을 확 잡아끄는 것이 없었다.
'마을이름 값을 하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싱겁게 동네 한바퀴를 돌고 한반도섬에서 기사님과 바이~

양구를 방문한 동생도, 제자도 이곳에서 준비해온 빵과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보냈다.

쉬엄쉬엄 꽃섬까지 걸어 시내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섰다. 양구 '스포츠 타운' 안엔 야구장을 비롯해서 테니스 코트 등 각종 운동시설이 드넓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린이 야구단의 함성이 들려오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신났다.
팔랑리 산골에서, 왜 아이들이 안 보이냐고 성화를 했더니 아이들 노는 물은 따로 있었다.
두 달 가까이 살아보고 느낀 점은, 양구는 인구에 비해 기반시설이 훌륭하게 잘 돼 있어 아이들이 맘만 먹으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재주를 키울 수있는 곳인 것 같았다. 그렇건만 도시로만 몰리는 민심을 어찌하랴~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월명리'행 버스를 탔다. 한 번도 안 가 본 곳이다. 오른쪽에 파로호를 끼고 달리다가 '월명터널'을 지나면서 산세가 험해지고 인가가 끊긴다. 잠시 후에 드문드문 집들이 나오고 비슷한 삶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마을버스는 종점인듯 싶은 곳을 돌아 바로 양구읍내로 향한다.
손님이라곤 처음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우리 둘뿐이었으니까--
너도나도 자가용을 타고 다니니 거리도 텅 비고 마을버스도 텅 빈 채로 돌아다닌다.

이게 바람직한 현상인지 어떤 건지 알쏭달쏭하다.

그 어디에도 내 뇌리 속에 박혀 있는 가난한 농촌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이렇게 개성있고 아름다운 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

J마트에서 장을 봐오고 버스를 기다렸다.
목장 가는 버스는 한 시간 후에나 온다. 정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널널한 시간 속에 여유롭게 산 때가 얼마나 있었나--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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