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이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손으로 이 음식들을 만들어 상에 올려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번 新正에 작은아들이 느닷없이 이 음식들을 만들겠단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확인하더니 직접 장까지 봐 와서는 아침상에 내놓겠다며 부지런을 떤다.
장 봐온 것을 보니 알이 굵은 굴과 부옇고 큼직한 강원도 감자였다.
아들은 요리사, 나는 조수가 되어 요리를 시작했다.
다시 국물을 내달라길래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내고 한편에서 무채를 썰어놓았다.
아들은 손 빠르게 이것저것 넣고 달달 볶다가 굴한 줌 넣고는 우르르 끓인다.
그러면서 “엄니, 한소끔이 뭐예요?”한다.
“한번 끓어오르는 것을 말하는 거지 뭐.” 하니까
“아, 네 다 됐어요. 해장국으로는 이게 최고래요.” 한다. 굴국 완성.
감자 가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라 “감자는 네가 갈아라.”하며 조수는 얼른 감자껍질을 벗겼다.
손아귀 힘이 좋아 순식간에 갈줄 알았더니 “어, 꽤 힘드네요.” 한다.
간 감자를 채에 받혀 물을 뺀 후 다시 꼭 짜서 손바닥 크기로 한 쪽씩 기름에 부쳐 낸다.
짐작에 후라이팬에 철썩 붙을 줄 알았는데 깨끗하게 잘 구워진다.
언젠가 산행 후 하산해서 무척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해 본 거란다.
내가 집을 비울 때 이외엔 거의 요리를 한 적이 없었던 아들이라 신기하고 기특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녀석이 장가갈 때가 되니까 엄마한테 서비스 한번 해 주는 건가?
깊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아들녀석의 마음을 저 혼자 헤아려 본다.
'오냐, 고맙다. 아들아, 마누라하고 사이좋게 지내려면 종종 앞치마를 둘러야 하니까-- 그만하면 합격이다.'
은근히 맘이 놓인다. (2011. 1. 2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