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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째)메스티아를 향하여

맑은 바람 2024. 4. 17. 15:01

2024년 4월 16일(화)
쿠타이시 16도~28도

갑자기 급상승하는 기온--
서울이 갑자기 여름이 온 것 같다더니~

아침 10시, 16인승 마슈르카(2인 80라리, 약 300km)로 이번 여정의 두 번째 하일라이트인 <메스티아>로 떠난다.
메스티아에서 두 밤 자고 <우쉬굴리>에서 네 밤 자면 黑海 도시 바투미로 떠난다.
타고난 여행가(광?)라선지 집에 빨리 가고 싶다라든가, 집밥이 그립다든가 라는 생각은 별로 없다. 삶 자체가 유한한 여행 아니던가!

4시간 이상 이동하는 차라, 편한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나왔더니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네.
정시에 출발한 차는 메스티아를 향한 여정에 오른다.


초반엔 키 큰 가로수가 늘어선 평지길이다.길끝이 까마득하게 이어진, 곧고 평평한 길을 2시간 반 정도 달린 후에 산길로 접어든다.
한쪽은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돌산이 온갖형상의 뽀족한 돌뿌리를 밖으로 향하고 있고, 뿌리가 반쯤 뽑혀져서 비라도 두어번 내리면 뿌리째 뽑혀 차 위로 쏟아져내릴 것 같은 커다란 나무들이 사뭇 위협적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쪽은 천길 낭떠러지--곳곳에 산사태로 또는 추락 사고로 가드레일이 부숴져 나간 곳이 눈에 띈다.

여행사가 메스티아, 우쉬굴리 쪽을 기피하는 이유를 알겠다. 두 대가 겨우 비껴갈 정도의 좁고 가파른 길을 세 시간 가까이 달린다. 젊은 기사는 답답했던지 좀 넓고평평한 길만 나오면 狂暴 운전이다. 이런 길은 노인기사들은 감이 떨어지고 순발력이 부족해서 운전 불가다.
5시간 가량 '묘기대행진'을 마치고 <메스티아>에 도착했다. 정류장에는 다음 행선지 <우쉬굴리>1일 왕복 투어를 광고하는 技士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우린 그곳에 숙박일정이 있다고 말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두어 시간이면 다 볼 텐데, 기후도 수시로 변하는 그곳에 뭐하러 여러 날 있냐고 한다. 어쨌거나 우린 숙소에 짐을 푸는 일이 우선이라 숙소 쪽을 향했다. 숙소는 찾았는데 경사가 말이 아니게 가팔라 짐이 '짐'이었다. 마침 우리를 발견한 여주인이 달려나와 짐을 받았다.

주방과 세탁기도 있다


종일 차에 시달린 끝에 가파른 길을 올라 숙소에 도착하니 녹초가 되었다. 호스트가 내준 차를 마시며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남들이 말리는우쉬굴리 숙박을 포기하고여기 그냥 눌러앉아?
사실 <Guesthouse Data>에 들어서는 순간 숙소의 조건이 썩 맘에 들었다.
바로 전에 묵었던 쿠타이시의 시설과 불친절했던 관리인이 딱 대조되었다

<Data>는 새집에다가 조망이 끝내주고 오너가 서글서글하니 맘에 들었다. 대니가 오너에게 말했다.
"우리, 이틀간만 있으려 했는데 집이 맘에 들어 4일 더 묵겠다"고. 오너의 얼굴이 화악 펴지며
"그럼 좋아, 방을 바꿔주겠어!"
그녀는 안쪽 방의 키를 따며 이곳으로 옮기라 한다.
그 방이야말로 이 숙소의 베스트인 것 같다. 공동주방도 넓고 있을 건 다 있어서좋았는데, 새로 옮긴 방은 전용세탁기가 따로 있고 주방도 갖추어져 있다. 침대도 4개나 되는 큰방이었다. 사전 예약을 했더라면 숙박비가 2배는 될 듯싶다. 오너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이층에 숙박객이 우리밖에 없어 별장을 전세낸 기분이다. 사실 우리가 게스트하우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호텔보다 값이 저렴한 점도 있지만 주방을 이용해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니더러 호텔로만 돌아다니자 했으면 벌써 보따리 싸서 집으로 갔을 것이다.

저녁에 소고기를 사러 동네한바퀴를 돌았다.너무 깊은산골이라 물류 소통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두 군데를 들어가 보았으나 고기는 살 수없었다. 이 대신 잇몸이라고, 소시지 큰 걸 사서 몽땅넣고 부대찌개 비슷한 걸 끓였다.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먹었다.

여행 23일째, 젊은이들처럼빡빡한 스케줄을 잡아 3.4일에 한 번씩 숙소를 바꿨으니, 이제 고단할 만도 하다.그래 메스티아에서 푹~ 쉬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더구나 오너가 여긴 모두 당신들을 위한 공간이니 마음껏 쓰고 즐기시라고 얘기하지않았던가.
네, 맞습니다.우린 내일모레팔십인 상늙은이입니다.
주제 파악하고 푹 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