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35일간의 조지아 자유여행

(26일째)메스티아4

맑은 바람 2024. 4. 19. 12:26

2024년 4월 19일(금)
3도~13도 비올 확율 95%, 4도~17도 비올 확율 59%(12:33)

<오늘일정> 스반타워 체험--광천수 샘터 가기

새소리가 날 불러낸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 6시, 문을 열고 나오니 비가 온 땅을 적시고 있다. 빗속을 뚫고 여러 마리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로 숙소 앞 지붕에 앉아서, 마치 나를 위해 그러는 듯 목소리를 돋우며 노래한다.

돌담과 흙길이 정겹다

<Niguriani Family Tower>는 도보로 한 10분 거리에 있다.

                                                                                    체리나무와 꽃구름

구들장돌로 담을 쌓고 둥근돌을 칼로 자르듯 판판하게 잘라서 건물의 벽을 장식했다.
매년 새로 페인트 칠할 일도 없고 총알도 뚫지 못하는--그래서 돌집이 좋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온동네가 꽃피는 산골~
1인 7라리를 내고 스반족 생활상을 둘러본 다음 스반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탑형주택은 12세기 스반족의 주거형태였는데 전쟁시 방어용이었다
스반족의 전통 의상

자신은 없었지만 언젠가는 한번 직접 올라가 보고 싶었다.
만만치 않았던 것은, 사다리의 간격이 넓어 다리를 있는 힘껏 벌려야 했고 경사가 80~90도라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야 했다. 7~8개의 사다리를 올라 탑의 꼭대기에 이르렀다. 물론 사다리는 전부 목재로 되어 있고 자체 제작한 것들이라 휘청거리기도 하고 부서질 것도 같아 불안했다.

수직사다리
각 층에 있는 환풍구 겸 감시창
죽음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7~8층 높이의 탑을 쌓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맨손으로 올라오기도 이리 힘든데~
정상까지 약 25m
내려가는 일이 오르는 것 못지 않게 힘들다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오니 여주인이 우리를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자손님은 무릎이 안 좋다고 말했지, 남자는 머리가 하얗지~ 올라가다가 굴러떨어지기라도 하면 무슨 낭패냐 말이다.

여주인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고 手話로 말했다. 알량한 영어 몇 마디도 못하는 스반족인 것이다.

그럼에도 무사히 내려왔다는 기쁨에 딸과 엄마와 나 셋이서 하이 파이브를 했다.
그러나 사실 진이 빠진 건 대니다.

내가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대니는 온몸으로 나를 받쳐주다시피 했다.  고마워요,대니!

스반족 모녀와~(조지아 원주민)

조지아인들은 거저 받는 법이 없다
팁을 얹어줬더니 여인은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쿠키 두 쪽을 내민다. 자기가 직접 구운 거라면서~

 

--광천수 샘터 가는 길--

체리꽃
빙산이 녹아 개울물이 풍부하고 힘차게 흐른다
메스티아에선 어디에서든 설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의심이 부른 공포>
샘터로 가기 위해 두 개의 다리를 건너 인적 없는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웬지 뒤가 캥겨 돌아보니 청년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옷차림이며 행동거지가 껄렁해 보였다.
"여보, 우리 쟤네들 보내 놓고 갑시다."
눈치 빠른 대니는 마침 옆에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데서 돌을 하나 들고는 장난하듯, 보라는 듯 만지작거렸다.

아이들은 우리를 힐긋힐긋 보면서 앞으로 지나갔다.
약수 한 컵 마셔보려다가 웬지 봉변을 당할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여보, 돌아가자. 별루 느낌이 안 좋네."
대니는 괜찮다고 무슨 일 있겠느냐고 그냥 가잔다.
이럴 때 똥고집이 발휘된다.
"나 그냥 갈래." 돌아서서 발을 옮긴다.
어쩔 수 없이 대니도 발길을 돌린다. 청년들은 저만치 가면서도 계속 힐끗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좀전에 갔던 길을 돌아나오는데 차 한 대, 사람 한 명 눈에 띄지 않는다.
머리 끝이 쭈뼛하니 이내 돌아나오길 잘했다 싶다.
낯선 땅에선 조심하는 게 제일!

동네공원에서 며칠 전에는 못 보았던 <타마르여왕>  동상을 보았다.

조지아 최초의 여왕으로, 12세기 중세 조지아의 황금기를 연 타마르 여왕

 

이런 훌륭한 지도자였던 사람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조지아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양쪽 모두가 진정 가슴에 품고 뿌듯해하며 사는 우리의 지도자는 과연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