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귀가한 작은아들이 대문 따고 들어오는 소리는 들렸는데 현관으로 들어서지를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내다보니,
“엄마, 잠깐 나와 보세요.”하며 말없이 하늘을 가리킨다.
아, 한눈에도 수백 개쯤 되어 보이는 별들이 검푸른 벨벳 위에 흩어진 보석처럼 티 없이 맑은 하늘에 또렷이 박혀 있다.
“저 위에 세로로 나란히 있는 별 셋이 보이죠 ? 그 양 옆에 있는 별이 하나는 파랗고 하나는 빨간데 구별이 되세요?”
“아~니-”
“저게 오리온 좌예요.”
“아, 그렇구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꾼 별 말이지~”
이 동네 주택으로 이사 온 지 꽤 여러 해가 되었고 종종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었는데, 오늘 아들과 함께 바라본 하늘에는
참으로 많은 별들이 총총히 뿌려져 있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며칠 전 누군가 초대권을 보내왔다. 윤동주의 생애를 그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의 연극초대권이었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참 잘 맞는 연극이겠구나 싶어 보내준 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국립극장을 찾았다.
연극전용극장인 하늘극장에서는 당시의 영상자료를 배경으로 현실감 있게 윤동주의 삶을 펼쳐보였다.
숭실중학교 시절부터 연희전문을 거쳐 동지사대학 재학 중에, 독립 후의 조국을 기다리며 활동하다 후쿠오카 수용소로 잡혀가 광복을 6개월 앞두고, 스물여덟 아까운 나이로 숨을 거둘 때까지--
대부분의 부모가 그러하듯이 윤동주의 아버지도 가난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는 문인이 되는 걸 몹시 못마땅해 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시를 통해 우리말을 지키겠다는 큰뜻을 읽은 부모는 마침내 아들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극장의 궁륭 천장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있고 그 아래 꿈 많은 윤동주와 그의 친구들은 돌아가며 시를 외고 자작시를 읊는다.
그들은 자문했다. ‘왜 시를 쓰는가?’하고-
이에 대해 윤동주는 말했다. ‘시는 위로다.’라고.
그는 일제말의 수난과 좌절의 시기를 시를 욈으로써 고통을 견뎌내고 시를 씀으로써 슬픔을 삭였다.
오늘 밤 나도, 시인 윤동주가 되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바라보던 그 별들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겠다. (20081007)
'Y Y Family Roo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노라마 베이커리 카페 (2) | 2024.11.03 |
---|---|
구름의 화가 김세연 (2) | 2024.10.03 |
참돔 매운탕 (0) | 2024.07.22 |
데이비드 호크니 전 (0) | 2024.01.16 |
놀래미 조림 (0) | 202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