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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블로그를 만든 이유

시 한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이하 생략)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의 일부 시인 되면 어떻게 되는 거유 돈푼깨나 들어오우 그래, 살 맛 난다 원고 청탁 쏟아져 어디 줄까 고민이고 평론가들, 술 사겠다고 줄 선다 그뿐이냐 베스트셀러 되어 봐라 연예인, 우습다 하지만 오늘 나는 돌아갈 차비가 없다 -한명희의 ‘등단 이후’ 나는 2007년 가을 어느 날 에서 산문부 장원을 함으로써 글 한편으로 단박에 수필가가 되었다. 뜻밖의 ‘사건’이었다. 글 한편에 100만원이 ..

사는 이야기 2022.11.18

벌레 한 마리

인사동 골목 안 어느 음식점 남도 음식으로 소문난 집에서 예닐곱 명의 친구들이 홍어전이며 삼합이며 굴비구이와 보리차에 물 만 밥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그때 손가락 마디만한 까만 벌레가 하얀 벽에 나타났다. 벌레는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의식하고 갑자기 멈추었다.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다. “얼른 잡아.” “휴지 여기 있어.” “아냐, 물수건으로 때려잡아.” 누군가 물수건을 내리쳐서 거뜬히(?) 살생을 했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들을 쉬었다. 한 구석에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한 마디 했다. “벌레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난리들을 치고 죽이나?” (2011. 8. 23)

사는 이야기 2022.11.18

<굴국>과 <감자전>

이 둘이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손으로 이 음식들을 만들어 상에 올려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번 新正에 작은아들이 느닷없이 이 음식들을 만들겠단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확인하더니 직접 장까지 봐 와서는 아침상에 내놓겠다며 부지런을 떤다. 장 봐온 것을 보니 알이 굵은 굴과 부옇고 큼직한 강원도 감자였다. 아들은 요리사, 나는 조수가 되어 요리를 시작했다. 다시 국물을 내달라길래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내고 한편에서 무채를 썰어놓았다. 아들은 손 빠르게 이것저것 넣고 달달 볶다가 굴한 줌 넣고는 우르르 끓인다. 그러면서 “엄니, 한소끔이 뭐예요?”한다. “한번 끓어오르는 것을 말하는 거지 뭐.” 하니까 “아, 네 다 됐어요. 해장국으로는 이게 최고래요.” 한다. 굴국 완성. 감자 가는..

사는 이야기 202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