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민복 詩(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뼈 아픈 후회-황지우 뼈아픈 후회 -1993년 문학사상사의 소설시문학상 수상 황지우(1952~)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바람의 말-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내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겨울밤-박용래 겨울밤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나를 키우는 말-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이해인 행복하다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말하면서 다시 알지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도보순례-이문재 도보순례 이문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반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겨울版畵(판화) -이수익 겨울版畵(판화) 이수익 겨울 나루터에 빈 배 한 척이 꼼짝없이 묶여 있다 아니다! 빈 배 한 척이 겨울 나루터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홀로 남기를 두려워하며 함께 묶이는 열망으로 더욱 가까워지려는 몸부림으로, 몸부림 끝에 흘리는 피와 상처로 오오 눈물겹게 찍어내는 겨울版畵(판화)..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