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金宗三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金宗三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 글사랑방/애송시 2009.05.11
선운사에서/최영미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 글사랑방/애송시 2009.05.05
나의 마지막 작별-호세 리잘 나의 마지막 작별 호세 리잘 **호세리잘: 필리핀의 영웅, 아시아 최초의 민족주의 운동가로 평가됨. 독립운동가, 안과의사, 시인, 7개 국어에 능통한 여행가-- 35세에(1896) 처형 당함. 호세 리잘은 조국을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장본인. 그의 화려한 이력으로 보아 삶을 누구보.. 글사랑방/애송시 2009.04.25
아배생각 - 안상학 아배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나?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게 외박 아이라? .. 글사랑방/애송시 2009.04.17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황지우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황지우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밥을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ㅡ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 글사랑방/애송시 2009.04.07
나, 바람처럼 살고싶다 -정지만 나, 바람처럼 살고싶다 정지만 가시든 꽃잎이든 칼날이든 비단이든 산이나 강이나 벌판이나 대양이나 어디에건 가지만 결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그리하여 맘 속에 돋는 집착의 가시를 허허로이 지나고 증오의 칼날을 유유히 넘어서 꽃잎보다 향기롭고 비단보다 부드러운 사랑.. 글사랑방/애송시 2009.03.18
어머니-우순조 어머니 우순조 도시락 챙겨주며 감싸쥐던 그날 그 온기 까슬한 손 잔등 위에 일렁이는 잔 물결 하교길 마중 나와 웃음 심던 눈매 가엔 세월이 쟁기질하여 고랑 지어 놓았네 ***생전의 엄마 손을 몇 번이나 잡아 보았나, 몇 번이나 엄마 얼굴 바라보며 눈 맞추고 웃어 보았나 새록새록 남는 건 후회와 아.. 글사랑방/애송시 2009.02.22
겨울 산행-한석수(공무원 문예대전 우수상) 겨울 산행 한석수(공무원 문예대전 우수상) 뽀득 뽀드득 눈 내린 계룡산을 오르다가 불현듯 길도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 한 가마 무게로 딛는 내 걸음에 힘겨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촉감에 내겐 그저 장단으로 들리지만 어쩌면 꾹꾹 참아 삼키는 누군가의 고단함일지 모른다.. 글사랑방/애송시 2009.02.22
사평역에서- 곽재구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 글사랑방/애송시 2009.02.01
귀천-천상병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며칠 전에 인사동에 있는 조그만 찻.. 글사랑방/애송시 2009.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