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53

느티회의 부산 나들이

정기적으로 만난 세월은 오래지만 이렇게 2박3일이나 우덜끼리 집 나가 본 건 결혼 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애초엔 기독학생회 7인의 멤버가 모두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한 친구가 공교롭게도 우리가 여행 떠나는 날 미국으로 떠났고, 한 친구는 직책이 막중해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사정이라, 안타깝지만 우리끼리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雪景이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수학여행을 떠나온 소녀들마냥 부푼 가슴을 안고 부산역에 도착, 먼저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떠놓고 소주 한 잔씩 들고 우리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축배를 들었다. 태종대에서 오륙도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앞에선 아무리 세상이 힘들더라도 자살같은 건 하지 않기로 다짐도 하고, 에 올..

사는 이야기 2022.11.13

문어이야기

아들이 바다에 나가 1kg가 넘는 돌문어를 잡아왔다. 손질해서 삶은 후 야채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쫄깃한 게 씹히는 맛이 아주 좋았다. 다 먹은 후 여담 삼아 아들 메눌이 들려주는 얘기가 귓가에 맴돈다. 돌문어는 IQ가 강아지 수준이란다. 낚시 바늘에 걸려 물밖으로 끌려나올 때 자기가 살던 곳의 돌을 끌어안고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그러나 불가항력인지라 돌덩이를 안은 채 마침내 물밖으로 끌려나온 문어는 안고 있던 돌멩이를 스르르 물 위로 떨어뜨린다. 자기를 잡아 올린 자에게 돌팔매를 날릴 수도 있으련만~ 강아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상대방을 물어뜯듯이-- 殺身成仁의 문어를 弔喪한다.

사는 이야기 2022.10.22

무사히 이사했습니다.

9월말까지 다음 블로그가 종료되고 티스토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주인장이 이사나가라고 엄포를 놓는 듯하여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은 겪어야 할 일-- 엊그제, 블로그 손님도 잘 안 들어오는 듯해서 그게 또 심기가 불편해져 홧김에(?)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사만하면 뭔가가 잘 돌아갈 줄 알았는데 화면도 보기싫고' 프로필 사진은 어디로 가 버리고' 글쓰기를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아무래도 SOS를 쳐야 할 것 같아 작은아들 카톡으로 궁금한 것들을 사진 찍어 보냈습니다. 뚝뚝한 아들보다 상냥한 메눌이 나서서 낭랑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들은 채로 혼자 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었습..

결혼기념일

1974년 12월 1일은 내가 한 남자를 만나 운명의 배를 타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날이다. 당시는 주로 봄가을에 결혼식을 하던 때라 겨울에 결혼식을 한다니까 약간 의아한(혹시 속도위반?)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울 엄마도 그랬으니 남들이야-- 그나 나나 일반예식장보다는 좀 색다른 걸 좋아해서 결혼식도 명동의 로얄호텔에서 올렸다. 일요일이었음에도 그날 결혼식은 우리 한 건밖에 없었다. 당시는 호텔 결혼식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직장에서는 내가 갑부 집으로 시집을 가는가 보다고 숙덕거렸다. 어느덧 서른 두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한때 시할머니, 시누이 시동생 합해 열세 식구가 들벅거렸는데 이제는 뿔뿔이 저 살 길 찾아 떠나고 시할머니, 시어머니는 이승을 영원히 하직하셨다. 그새 잃..

내겐 너무 소중한 당신

고교시절을 회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잘 한 일이 하나 있다. 평생친구를 얻은 것이다. 우리는 졸업 후 삼십여 년 세월을 두 달에 한 번씩 100% 출석률을 자랑하며 꼬박꼬박 모인다. 가 맺어 준 인연이니 따지고 보면 하느님의 뜻이리라. 하나 피부가 눈부시게 하얗고 통통해서 백곰이란 별명을 얻은 친구. 속눈썹이 서양인형같이 예뻤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다른 친구들보다 같이한 시간이 많았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공부도 나보다 훨씬 잘해 늘 선망의 대상이던 친구-- 구십이 다 되신 시어머님 봉양하느라 카페에도, 모임에도 아직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친구다. 네가 하루 속히 나올 날을 기다린다. 둘 지적이미지가 뚜렷하고 옷을 잘 입어내는 친구-- 한때 city bank에 근무하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키워줬던..

사는 이야기 2022.09.12

창경궁--종묘 궁궐담장길

2022년 9월 4일 (일) 비 오다 말다 어제 친구들과 창경궁에서 종묘로 넘어가는 길을 걷기로 약속하고 만났다. 그러나 종묘쪽으로 건너가쟀더니 어디에도 아무런 안내없이, 통행이 불가하다는 얘기만 들었다. 주선한 입장에서 친구들한테 미안하고 약이 올랐다. 혼자서 궁시렁궁시렁 불만을 쏟아냈다.욕도 했다. 오늘은 비도 오락가락하니 일요일이지만 관람객이 적을 것 같아 할비한테 궁궐길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 동의를 구했다. 예상대로 고궁은 한산했다. 창경궁으로 해서 창덕궁으로 넘어가 정문을 빠져나와 종묘쪽으로 건너갔다. 굴다리 위로 너른 풀밭에 여기저기 교목과 관목을 조성해 놓았다. 어린나무들뿐이라 엉성하고 어설프지만 몇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의 결실이라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구간 공사를 12년 ..

사는 이야기 2022.09.04

창경궁나들이

2022년 9월3일 하늘 맑고 가을바람 솔솔 꼼짝할 수 없게 더운 여름이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니 얼굴 좀 보자고 했다. 종묘로 넘어가는 길도 완성되었다니 그리로 넘어가 보자고. 각자 준비해온 간식을 먹을 데를 찾았다. 춘당지 옆 자판기가 있는 곳에 벤치가 여러 개 있다. 그곳에서 음료수만 마시면 좋았는데 샌드위치도 꺼내 먹었다. 먹느라 수다 떠느라 알지도 못했는데, 언제 왔는지 감시원(?)이 와서 떡 버티고 서서 "얼른 집어넣고 일어나세요.음료 이외에 음식은 안 됩니다." 한다. 젊어서 같으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알았어요, 바로 일어설 게요."하고 대꾸했다. 직원은 맘이 안 놓이는지 "다시 잡수시면 사진 찍어서 보고합니다."하며 엄포를 놓는다...

사는 이야기 2022.09.04

노인네 티

2022년 9월2일 금 --오늘 영화 보러 갈까? --무슨 영환데~? -- --가지, 뭐. 남편과 나는 영화 취향이 전혀 다른데다 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어서 경로 요금 5000원도 좀 아깝지만, 맨날 혼자 싸돌아다니기 염치없던 터라, 남편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따라나섰지요. 늘 가던 대한극장이 이 프로가 없어서 '메가박스 동대문'으로 갔습니다. 직원들이 매표는 하면서 음료는 기계를 이용하라는군요. 팝콘과 음료를 주문하는데 손 따로 머리 따로인지 주문에 계속 실패했습니다. --에이 관두자! --그래도 해봐, 이런 것두 할 줄 알아야 나중에 손녀 데리고 와서 멋쟁이 할아버지 소리 듣지! 그러고는 각자 음료 따로, 팝콘 따로 주문하는데 성공해서 상영관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라요? 상영 시..

사는 이야기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