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을 향해 엎어지면 안국역, 자빠지면 버스 정류장, 육교하나 건너면 인사동 거리--- 찻길이 지척이지만 밤이 이슥해지면 사위는 깊은 정적에 싸여 흡사 한가로운 시골에 들어와 있는 기분. 새벽이면 가까운 절에서 들리는 은은한 쇠북소리-- 이삿짐을 풀던 날 집앞 가게에 들어갔더니 "못 보던 아줌마네요?" 하며 두 여인의 시선이 집중된다. "오늘 이사왔어요." "아, 요 앞집에 오늘 이사 들던데---" 동네 소식이 빠삭하다. 이곳엔 없는 게 많다. 슬리퍼 질질 끌고 갈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도, 할인 마트도, 고층 아파트도, 잘 다듬어진 산책로도 없다. 특히 시골과 닮은 것은 젊은이가 없는 점이다. 일요일날 가까운 성당엘 갔더니 영락없는 시골 교회 분위기인데다 허연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신부님의 모습이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