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19

백일홍, 6월에서 10월까지

여름이면 시골마당에 색색으로 가득 피어 시선을 잡곤했던 백일홍-- 왜 도시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을까? 손녀에게 꽃이름 하나라도 가르쳐 줄 양으로 백일홍 씨를 사서 부엌쪽 창가 바깥 수도가 있는 곳에 손녀와 함께 꽃씨를 뿌렸다. 한참 뒤 잎이 올라오는 걸 보니 백일홍이었다. 대문앞에 심은 채송화가 한 포기도 올라오지 않아 서운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칠월 들어 꽃이 한 송이, 한 송이 피기 시작했다. 한 줄기에서 올라오는 꽃이 색깔도 가지가지인 게 신기했는데 꽃잎도 홑잎, 겹잎이 함께 피어난다. 한 부모 뱃속에서 나온 여러 자식들이 성격도 생김새도 가지각색인 것과 비슷하다. 건너편 금화규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져 버려 아쉬운데, 백일홍은 문자 그대로 100일까지 가려나, 그 花期가 길어서(6월~..

참나리, 칠월의 꽃

이 땅에 자생하는 나리 중의 으뜸, 참나리가 개화를 시작했다. 소나무 곁에 터를 잡고 봄부터 싹을 내기 시작해서 두 대가 나란히 2m까지 족히 자라더니 엊그제 첫 꽃망울을 터트렸다. 밑동부터 피기 시작해서 30 송이 가까이 차례차례 피어날 예정이다. '순결, 깨끗한 마음'의 꽃말을 지닌 참나리는 '참'자가 들어가서인지 우리 민족과 닮은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과 햇빛 속에서 긴 시간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 웬만한 비바람에도 줄기가 기울어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그 날카로운 잎을 펼치고 마침내 묵직한 꽃망울을 키워냈다.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철조망이 있다. 군부대 철책이 연상되는 저 철조망을 걷어달라고 옆집에 부탁을 해 보았다.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우리집 담 뒤로 해서 도둑이 자기네 집..

봉원사의 연꽃축제

지난 여름 봉원사 연꽃이 축제를 벌였다 햇살만이 고요히 부서져내리고 인적조차 드믄 그런 오후 연꽃이었다 / 신석정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