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24

봉원사의 연꽃축제

지난 여름 봉원사 연꽃이 축제를 벌였다 햇살만이 고요히 부서져내리고 인적조차 드믄 그런 오후 연꽃이었다 / 신석정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