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Y Family Room 15

주례신부님께 드리는 프란치스코의 편지

--2016년 6월 8일-- 어렸을 때 즐겨 읽었던 책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께서 사주신 “신비 시리즈” 였습니다. 열권 정도 되는 책이었는데 동물의 신비, 식물의 신비, 인체의 신비, 지구의 신비, 등등 자연과학에 관련된 얘기들을 만화로 엮어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놓은 책이었어요. 화장실에도 책을 들고 갈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는 똥을 누면서도 책을 읽던 절 보고 “책이 그리 좋으니?”라고 물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책의 두꺼운 하드커버가 나달나달 해질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했었고, 할아버지는 그런 저를 무릎에 앉혀 놓으시고, 판사나 검사가 되거라 라고 하셨었지요, 전 그게 뭐하는 건지도 몰랐던 터라, 전 과학자가 될거에요 라고 당돌하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대가족이라는..

Y Y Family Room 2023.09.10

성묘-벌초하던 날

새벽 4시 반, 부랴부랴 가방을 챙겼다. 작은눔은 오늘 수능시험 접수를 해야 한다기에 놔두고 세 식구만 차에 올랐다. 막내삼촌 차를 하루 쓸 수 있게 되었다. 에 닿으니 일곱 시가 다 되 가고 있었다. 중노동(?)을 할 예정이므로 국수보다는 밥이 좋다며 육개장을 시켜 속을 든든히 채우고 호죽면 선산을 향했다. 얼마 전에 제초제를 미리 뿌려놓은 덕분인지 풀이 그리 무성하지는 않았다. 시어머니 산소 앞에 큰절 올리고 잠시 뒤 세 사람은 제각기의 할 일을 시작했다. 남편은 예초기를 둘러메고 풀을 깎기 시작하고 큰애는 갈퀴로, 깎은 풀들을 모아 한쪽으로 쌓아놓고, 난 호미를 가지고 무덤 위 여기저기 자라는 잡풀들- 이를테면 질경이 등을 파내고 깊이 뿌리내린 것들은 도끼로 찍어냈다. 이른 아침이라서인가 모기떼가 ..

Y Y Family Room 2009.07.02

묵주기도 200 단

묵주기도 200단(성모송 2000번)기도 모임 참가 반세기를 넘도록 서울에 살았어도 내가 다녀보고 내 손이 한번 닿은 세상이 얼마나 좁은가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인터넷으로 목적지까지의 거리조사를 해보니 빠른 길로 10키로 정도고 20분가량 소요된 다 차를 가져갈까 말까 하다가 오늘 내 몸을 호강 한번 시켜주자고 맘먹고 차를 끌고 길에 나섰다. '떡전사거리'까지는 그런대로 잘 갔는데 그만 '시조사 삼거리' 이정표를 놓치는 바람에 예상보다 40분가량 늦게도착했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좁은 골목 안에 있는 망우동성당을 발견하고 들어선 내가 기특하다. 실은 가는 도중에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만난 많은 사람들의 공이 컸다. 하나같이 친절하 게 잘들 가르쳐주는, 참으로 강북의 착하디착한 사람들이었다. 10시가 한참..

Y Y Family Room 2009.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