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 忌日을 앞두고
-지금 살아 계시다면 92세가 되셨을 아버지-떠나신 지 서른 해, 아버지 忌日을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내가 힘들 때 가끔 꿈에 오시어 모습을 보이시더니 이제는 꿈에서 조차 뵐 수 없으니, 어느 먼 곳으로 영영 가 버리신 건가요?- 30년 남짓 ‘아버지’라는 존재가 내 곁에 머물다 가셨지만, 돌이켜 생각할 때 아버지의 존재가 나한테 어떤 의미였나 자문해 본다. 늘 술에 절어 몸도 잘 가누지 못한 채 밤늦게 귀가하시는 모습, 밤새 이어지는 어머니의 지청구를 자장가 삼아 주무시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같이 구부정한 어깨를 뒤로한 채 일터로 나가시는 모습, 술이 얼근해서 기분 좋은 날은 따끈한 군밤이나 군고구마 봉투를 들고 들어오시곤 하던 모습-- 자식들과 무릎을 맞대고 나란히 앉아 속마음을 나누거나 도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