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16일 機內에서.
오늘은 일행 모두 탈진상태.
사나흘 더 있다간 병원 신세 지겠다.
車 밖도 푹푹, 車內도 에어컨 시설이 없어 푹푹.
그러나 영국인들은 살판 났다.
공원엔 수영복 차림으로 배 깔고 책 읽는 아가씨, 벌렁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할아버지,
지붕도 없는 2층 짜리 시내 관광버스엔 햇볕을 만끽하고 있는 이들--
우리 뚱뗑이 기사님도 Nice day!, Lovely day!를 연발한다. 우리가 참을성이 없는 건가,
저희들이 햇볕에 환장한 건가?
런던시가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은 일본에 이를 가나,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은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는 말을 실감하겠다.
이태리는 가난이 웬수라 가는 데마다 돈 돈 돈 하지만, 프랑스는 살 만한데도
가짜그림을 걸어놓고도(루브르 박물관) 돈 받고, 화장실마다 돈 챙기는 깍정이들인데
이곳 영국은 대영박물관(진품 소장), 국립 미술관, 화장실이 모두 거저다.
유럽의 宗家, 스케일이 큰 나라임을 알겠다.
게다가 영국을 움직인 두 왕이 모두 女王이라니(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여왕),
女性 만세!
오늘 시작은 <알버트 홀>(영국에서 가장 큰 문화회관)에서부터.
얼마 전 영화 'Brassed Off'에서 주인공들이 그렇게도 서고 싶어하던 무대였던 걸
아는 지라 친근감이 가서 유심히 살폈다.
마침 데이비스 헬프갓(영화 '샤인' 의 주인공)의 연주회가 곧 있을 모양인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아휴, 시간이 좀더 있었더라면--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었던 알버트는 독일 남자였으나 일찍 죽어 여왕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사람, 여왕은 영국 여기저기에 알버트 동상을 세워, 여왕이 돌아다닐 때마다
그를 보며 남편을 그리워했단다.
알버트 홀 바로 앞에 <캔싱턴 가든>이 <하이드 파크>와 연결되어 있어 60만평에 달하는
최대의 공원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의 플라타너스는 자꾸 잘라 주어 모두 짜리몽땅인데, 이 공원의 플라타너스는
그 꼭대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
'개고 사람이고 나무고 꽃이고 '터 '를 잘 만나야 해!'
개 무덤도 있다고 하나 보지는 못하고, 개 무덤의 碑銘으로 소개해준 말을 적어 본다.
'세 남자를 사랑했지만 너를 더 사랑했다.'
'개로 태어났지만 신사로 죽었다.'
<버킹검 궁>으로 이동. 여왕은 부재 중.
위병 교대식도 볼 수 없었고 그저 궁궐 앞에서 증명사진만 찰칵!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버킹검궁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영 박물관>-무료 입장.
도서관-앗시리아 관-그리스 관-이집트 관을 설렁설렁 보았다.
도서관 한쪽에 어제부터 마련했다는 <고구려 벽화> 전시관을 둘러보며 이들도
우리 것에 관심을 갖고 본다면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자긍심을 느꼈다.
또 유일하게 에어컨 시설이 되어 있는 한국관의 <고려청자>, <이조백자>, <신라금관> 등을
돌아보며 우리 조상의 손끝이 얼마나 섬세했나를 실감했다.
대영박물관 입구
가이드가 없이 자유관람이라 좀 막연히 돌아다니다가 이 웬 해후!
서울에서도 마주치기 어려웠던 염#애 선생님, 이#희 선생을 만났다.
세계는 좁고 아는 이는 많구나.
오후엔 <타워브리지>를 멀찌감치 놓고 사진 찍고, 국회의사당의 <빅벤>을 보고
<국립 미술관>으로- 역시 무료 입장.
< 타워브릿지> <국회의사당>
믿음이 가는 나라 영국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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