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

요세미티를 향하여-미국 여행기(12)

맑은 바람 2011. 12. 4. 01:04

요세미티를 향하여(11. 25 금 열흘째)

6시 기상, 한 시간 가량 이동하다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속이 편안해지는 아침식사였다.

<오늘 일정: 라스베이거스의 <뉴욕뉴욕>-바스토우-프레즈노>

지난 밤, 일행 중 한 쌍이 <뉴욕뉴욕 호텔> 카지노장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남자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큰 액수의 벌금을 물고서야 풀려나게 된다니 이런 망신이 또 어디 있나?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우리는 원래의 일정대로 제 시간에 숙소를 떠났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김 반장이 마이크를 잡고 있기만 하면 지루한 줄을 몰랐다.

그런데 <바스토우: 서부철도회사 사장 윌리엄 바스토우를 기념하기 위한 지명.

골드러시 때 이곳은 교통이 빈번한 역이었다.)>에서 김 반장은 하차하고 새 가이드 정 장군(별명)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김 반장과의 작별을 무척 아쉬워했다.

참 따뜻하고 절도 있으며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장거리 버스 여행에서 모두들 곯아떨어져 있다가도 김 반장이 틀어놓는 군대 기상나팔 소리’, ‘국민체조 음악’,

유치원 가자’ ‘아니 벌써’,‘새벽종이 울렸네~’~등의 노래가 들려오면 웃으면서 잠에서 깨곤 했는데--

IMF , 고국방문단을 조직해서 이민생활 수십 년만에 고국을 찾은 교포들이 감동의 시간을 갖게 한 이야기,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인 태권도 사범들을 인솔해서 한국의 발전상을 체험하게 한 이야기 등은 그의 사업수완을 엿보게 했다.

그런가 하면 버스 좌석을 돌아가면서 바꿔 앉게 하여 불만의 소지를 없애고 오르고 내릴 때조차도 순서를 정해, 한번은 앞에서부터,

 다음은 뒤에서부터 내리게 해서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누리게끔 신경을 썼다.

그는 떠날 무렵 우리에게 특별히 주는 선물이라며, ‘어의 후손이 가르쳐 준 운동법을 일러주기도 했다.

김 반장 후임은 불리하다. 그와 견줄 만한 재담꾼은 별로 없을 테니까--

그러나 저녁 식사시간에 정 장군이 테이블마다 돌린 와인 덕분에 그동안 얼굴만 익혔던 사람들과 통성명도 하고 산책도 하며

친근한 분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마음을 사로잡는 재주들을 지녔나 보다.

 

오늘 <라스베이거스>에서 <바스토우>를 거쳐 캘리포니아의 <프레즈노: 황금빛 포도밭이 펼쳐진 곳, 건포도의 역사가 시작된 곳>까지의

길은 사막과 목장과 오렌지(캘리포니아의 효자)와 아몬드와 포도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살만한 땅으로 이어졌다.

드디어 미국에서 세 번째 큰 주이며 남한의 4배가 되는, 풍요의 땅 캘리포니아 농경지를 밟은 것이다.

                             김반장, 당신 멋져!

 

 

 

                                     오기사님, 당신도 참으로 멋진 드라이버이십니다.

 

                            싸이프러스

 

                          종려나무

 

                             건포도의 고장 프레즈노의 <Americas Best Value Inn>에서 묵다

 

 

 

[斷想]

-아름다운 순간은 방심할 때 지나간다.

-없는 걸 바라지 말고 가진 것 중에서 좋은 점을 부각시켜 살려라.

-상대방이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잘못한 것만 열심히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누구나 열에 하나나 둘은 잘못하고 산다. 그 상대방이 내 가족, 내 나라일 때 더욱 더 감싸주고 이해해야 하지 않는가?

-고마운 것들: 매일 내 몸을 깨끗하게 해 준 물과 비누, 치약 칫솔, 몸을 감싸준 옷가지들,

조금은 예뻐 보이게 한 모자, 목도리, 화장품, 배낭, 낡은 운동화, 여행가방, 메모 노트, 볼펜,

그리고 내 친구 카메라

 

있을 땐 모른다, 그 소중함을

어느 하나라도 없다면

곧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얼마나 그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었나를-

 

알뜰하고 절제하는 미국인-일기를 묵은 호텔의 메모지에 쓰면 기억하기 쉬워 그렇게 해왔는데 이곳 호텔들은 손바닥만한 메모지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프레즈노의 <Americas Best Value Inn>A4용지 크기의 메모지가 있다.

미국 여행 중 처음으로 호텔비치용 종이에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