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양구 답사

맑은 바람 2022. 2. 9. 22:32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주관한 <은퇴자공동체마을>에서 살기에 선정되었다.

내 경우는 '두 달살기'를 신청해서 강원도 양구 지게마을로 가게 됐다.
지난 달 말에 소식을 받았으나 명절이 끼고 몸상태도 좋지 않아 미리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5만을 육박했지만 뉴스를 보거나 이미 오미크론에 걸린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면 그리 큰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어 오늘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빨간 동그라미 옆에 지게마을이--

11시 40분 버스표를 끊고 차에 올랐다. 시간이 다 되었는 데도 타는 사람이 없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갑자기 당혹스러워,
"기사님, 승객이 저 혼잔가요?"
"네, 그렇네요."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람. 이 나이 되도록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28인승 버스에 한 사람 손님만 태우고 1시간 40분을 운행하다니--

민망하기도 하고 이 현실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양구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하자 기사분께 감사하다며 점심값을 드렸다.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쳤지만 그렇게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고 싶었다.

양구터미널에서 눈에 띄는 시계탑- 무슨 이야기가있을 것 같다
양구터미널 뒤쪽으로 번듯한 읍사무소 건물이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라 화장실도 다녀오고 휴게실에서 잠시 쉬기도 했다.

터미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외관이 깔끔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맛은 보통

점심을 먹고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마을버스로 다시 40분을 가야 <동면>에 이른다.

생전 처음 디뎌보는 양구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피며 가는 즐거움이 꼭 소풍 가는 아이 심정이다.
양구터미널로 돌아가는 차 시간을 확인해 두고 동면 종점에서 내렸다.

동면 종점은<춘천상회>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샀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낯선이를 보고 하얀 강아지가 캥캥 짖는다. 심심하던 차에 잘 만났다는 듯이--

마을 할머니 한 분을 만나 말을 건넸다. 바랑길이 어느 쪽이냐니까 처음 듣는다며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도 이 위쪽 고개 너머인가 하는 정도로 일러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정보가 될 만한 걸 주워듣는다.

양구군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 '행복택시' '행복마을버스'를 운영한단다.

공용버스가 가지 않는 더 깊은 산속 마을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인가 보다.

구석구석 살피는 군의 배려가 아름답다.

입춘은 지났지만 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산간마을은 을씨년스럽다.

그나마 2월의 햇살이 제법 따사로워 머잖은 봄을 예고하고 있다.

산간마을
해안면 펀치볼은 꼭 가보고 싶은 곳

할머니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발길을 돌렸다.

40분 후에 온다던 마을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제자리에 나타났다.

시간을 잘 지킨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신뢰의 시작이라고 할까?

양구터미널 매표소 옆에 커피집이 있다. 누가 재밌는 글귀를 적어 개점을 축하했나 보다
또 만나, 양구야~
지게마을에서 살면서 누릴 혜택과 해아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