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커녕 재난 대비 필수 운동 종목이라는 수영도 못하고, 강남 한복판에 이십 년 가까이 살다가 1가구 2주택 무서워
싸악 팔고 빠져나와 강북에 주저앉은 나는 특급장애인?
그러나 지금 우리는--
판피린 코프 사용 설명서를 안경 안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날 때 아구구구 소리 안 내는 이
머리털이 숭숭 빠져나가 휑하지 않은 자
방으로 전화기 가지러 갔다가 불만 끄고 나오는 일 절대로 없는 사람
대로를 멀쩡히 걸어가다 휘청 해서 코 박고 넘어지는 일은 결코 없는 자
불과 서너 페이지 전에 밑줄까지 쫘악 그어 놓은 단어를
생경한 단어 대하듯 고개 갸우뚱 하는 일 같은 건 없는 이
--이런 이들은 장애인이 아니지
나이 든다는 건 장애인이 되는 거다.
그래, 젊은이들 전용 공간에 들어서면 뜨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장사 잘 되는 술집 주인도 머쓱해 하고
전철 안에서 격리 수용되는 거다.
아직 갈 길이 멀었건만(?)
길 한복판에서 엔진이 멈추는 일 없게
낡고 헐고 닳은 기계
잘 닦고 수리해서
종점까지 가는 거다
다 함께
가보는 거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온의 낙조 (0) | 2024.08.03 |
---|---|
<시와시학사 >현판식 겸 출판기념회 (0) | 2024.08.03 |
올여름 최고의 반찬 (0) | 2024.07.14 |
딱새 둥지를 틀다 (0) | 2024.06.28 |
친구랑 함께해서 좋은 날 (2) | 2024.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