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감사일기 22

무사히 이사했습니다.

9월말까지 다음 블로그가 종료되고 티스토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주인장이 이사나가라고 엄포를 놓는 듯하여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은 겪어야 할 일-- 엊그제, 블로그 손님도 잘 안 들어오는 듯해서 그게 또 심기가 불편해져 홧김에(?)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사만하면 뭔가가 잘 돌아갈 줄 알았는데 화면도 보기싫고' 프로필 사진은 어디로 가 버리고' 글쓰기를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아무래도 SOS를 쳐야 할 것 같아 작은아들 카톡으로 궁금한 것들을 사진 찍어 보냈습니다. 뚝뚝한 아들보다 상냥한 메눌이 나서서 낭랑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들은 채로 혼자 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었습..

결혼기념일

1974년 12월 1일은 내가 한 남자를 만나 운명의 배를 타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날이다. 당시는 주로 봄가을에 결혼식을 하던 때라 겨울에 결혼식을 한다니까 약간 의아한(혹시 속도위반?)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울 엄마도 그랬으니 남들이야-- 그나 나나 일반예식장보다는 좀 색다른 걸 좋아해서 결혼식도 명동의 로얄호텔에서 올렸다. 일요일이었음에도 그날 결혼식은 우리 한 건밖에 없었다. 당시는 호텔 결혼식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직장에서는 내가 갑부 집으로 시집을 가는가 보다고 숙덕거렸다. 어느덧 서른 두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한때 시할머니, 시누이 시동생 합해 열세 식구가 들벅거렸는데 이제는 뿔뿔이 저 살 길 찾아 떠나고 시할머니, 시어머니는 이승을 영원히 하직하셨다. 그새 잃..

선한 이웃

2022년 9월 2일 금 청명한 날 이곳 혜화동에 자리잡은 지 벌써 이십 년이 되었다. 이사 후, 담을 같이 쓰는 이웃집에 먼저 인사를 드리려 시루떡을 쟁반에 담아 들고 남편이랑 같이 대문을 두드렸다. 도우미 아주머니로 보이는 이가 문을 열더니, 무슨 일이냐며 용건을 묻고는 마님께 여쭤보겠다고 기다리란다. 잠시 후 우리는 안채 거실로 안내받았다. 주인마님은 반가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한옥이 무척 아름답다고 말하니까, 6 25 직후에 지어진 집으로, 이제는 '문화재보존가옥'이 됐다고 하신다. 후덕한 인상의 마님과 첫인사를 나눈 후 20년째 별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설과 추석 때면 집사분이 선물보따리를 들고 와서 벨을 누른다. 매번 받기만해서 어떡하냐며 거절을 하기도 했으나 성공한 적은 없다..

레몬차 한 잔

2022년 8월 27일 토 아침 공복에 레몬차가 좋다길래 레몬 한 개로 즙을 내서 따끈한 물에 넣어 매일 아침 마시고 있습니다. 몸의 변화를 느끼려면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한다니까 꾸준히 마셔볼랍니다. 주방에 서서 마시며 아침준비를 하려다가 거실로 찻잔을 들고 옵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차 마시는 시간은 모름지기 멍 때리며 마음을 쉬는 시간인데, 한 십 분 여유 부린다고 큰일 나나요? 마침 찻잔에 실린 한용운님의 '사랑하는 까닭'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紅顔만을 사랑한다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處暑가 지나니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며 살 것 같네요. 하늘은 온도를 조금만 내려주는 걸로 인간을 행복..

속깊은 이웃

2022년 8월 22일 월 (감사일기8) 이층에 세들어 살던 젊은부부가 갑자기 집을 사서 이사를 가야겠다고 합니다. 계약만료 때까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말입니다. 이왕 그리된 거, 빨리 빼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전세금을 올리지도 못한 채로 그전 가격으로 새로 사람을 들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란 게 생겨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었네요. 난감하기 이를 데 없게 된 것이, 주택담보대출 받은 것이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어, 수입의 1/3이 빠져나가게 된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하우스 푸어'가 된 셈이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께 살다가 신혼주택을 분양받아 나간 아들이 SOS를 쳐 온겁니다. 융자금 때문에 못살겠다고요~ 그때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잠이 안오더니 이석증도 찾아왔습니다. 며칠 고민..

코로나 격리해제 사흘째인 친구

2022년 8월 20일 토(감사일기7) 혼자 사는 친구 숙이가 코로나19에 걸렸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거의 다 코로나 손님을 치렀는데, 용케도 잘 피했다 싶었지요. 격리 기간 동안 하루 걸러 통화하면서 열이 있는지, 기침이 나는지, 밥맛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격리 해제 이틀째인 어제 통화를 했더니 가래 속에서 피가 나온다네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동네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마땅한 데가 없다네요. 그럼 내가 다니는 우리동네 병원에라도 가보자고 했습니다. 숙이의 기저질환(폐질환)을 확인한 선생님은 함부로 처방을 내릴 수 없고, 다니던 종합병원에 가서 자세한 검사와 진료를 받으라네요. 그러면서 진료비도 받지 않더군요. 의사선생님이 특별히 해 준 것도 없는데, 왠지 마음이 놓여 느긋하게 점심도 먹..

독서모임

2022년 8월 19일 목 (감사일기6) 골목어귀에 어느 날부터 새로운 찻집이 들어섰습니다. 손님은 있는 둥 없는 둥 조용한데 찻집 입구의 입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만의 힐링 북카페' '독서모임'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을 했습니다. 마침 아직 읽어보지 않은 김용준의 '근원수필'을 가지고 이번 달(8월)에 독서토론을 한답니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책을 읽는 이들과 널널한 시간에 취미삼아 책을 읽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다는 게 의미있어 보였습니다. 사느라 바빠서 책 읽을 틈도 없는 이들에게 '독서토론'이라니요~ 전날 확인 전화까지 하고는 막상 당일에 깜빡 잊고 천연덕스레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고는 후다닥 뛰어나갔습니다. 남자 둘, 여자 넷--연령층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케이크

2022년8월17일 (감사일기5) 두 손녀가 다섯 살, 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큰손녀는 아빠가 가르치는 산수공부를 썩 잘해서 아빠를 기쁘게 했구요, 작은손녀는 고 작은 손으로 서랍 정리, 장난감 정리 들을 잘해서 또 지 아빠를 기쁘게 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보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케이크' 카톡으로 보내온 동영상을 보니, 그 케잌을 받고 얼마나 아이들이 기뻐하고 또 맛있게 잘 먹던지 보기만해도 즐거웠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퇴행성관절염 치료

2022년 8월 16일(감사일기4) 뭉게구름 푸른하늘 지난 6월 21일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해서 어느새 26회째가 됩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3회씩 꼬박꼬박 침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사이 이명증이 와서 어지러움으로 고생할 때도,더위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도 한 정거장밖에 안 되는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중간에 딴 데로 새지 않기로 한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구요. 10년이 넘도록 달고 산 통증이라, 수술밖에는 길이 없다고 차일피일 미루는 중에 수술없이 고쳐보자는 선생님을 만난 거지요. 약침과 일반침, 물리치료, 초음파, 고주파 치료 그리고 수기교정치료-- 그사이 놀랍게도 무릎이 달라졌습니다. 자다가 무릎 통증 때문에 잠이 깨서 무릎보호대를 찾던 일을 더 이..

행복한 사람

2022년 8월 15일 77주년 광복절(감사일기3) 오늘 광복절 행사 중에 들은 노래 가사 중에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라는 귀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던 해에 태어나,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겪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외쳐봅니다. "이 땅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