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75

예티의 집

2007. 4.12 목 매달 둘째 주 목요일 두 가지 꼭 할 일이 생겼다. 오전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목요콘서트에 참석하기 오후엔 예티의 집에서 광명 보육원 아이들과 선생님들 만나기 목요콘서트를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니 문자 그대로 돈과 시간과 마음의 여유 삼박자를 갖춘,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한 마디로 때깔 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그들 무리에 섞여 근사하게 예술을 향유하고 싶다. 오후에 예티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좀 색깔이 다르다. 문학적 동질성이 강한 어른과 아이들의 만남. 70~80 가까운 분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연령폭도 넓지만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 어른들과 무조건적으로 받아야할 아이들과의 만남 그러나 진정으로 누가 누구에게 무얼 주는지- 어른들은 의도적으로 그들에게 ..

사는 이야기 2022.07.02

여유회 야유회를 마치고

2007. 4. 7 토 나른하고 포근한 봄날, 약간은 다리가 얼얼할 정도로 걸어 알맞게 피곤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이름도 없던 와룡공원, 숙정문이 갑자기 매스컴을 타는 바람에 손동작이 빠르지 못한 우리들은 그만 밀려버려 숙정문 코스 대신 성북동의 유서 깊은 세 곳-최순우옛집, 이태준 살던집 壽硯山房, 그리고 만해 한용운의 북향집 尋牛莊을 탐방했습니다. 60년대 연탄가게가 아직도 있는 성북동 산동네를 한 바퀴 돌아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이 한꺼번에 다투어 피어나는 꽃구름 속, 臥龍공원을 지나 감사원 길을 따라 三淸공원으로 넘어갔지요.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삼청동의 명물 에서 동동주에 도토리묵, 녹두빈대떡 안주를 곁들이고 놋그릇에 담긴 꽁보리밥에 강된장 고추장 우거지된장찌개를 푹푹 퍼 넣고..

사는 이야기 2022.06.27

남산의 봄

시와 음악이 있는 삼화회(2010. 4. 20 화) 낮 12시에 남산 케이블카 쪽으로 오라는 문자가 두 번이나 떴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 망설망설했는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남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낮 모임에 특별 초대 손님까지 있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시간이 되자 안면 있는 시인 한 분이 송남영씨와 함께 나타났다. 봄 벚꽃놀이와 잘 맞아들어 가는, 삼화회 회장의 절묘한 기획이었다. 새로 조성된 개울물이 흐르는 산책로를 따라 개나리, 목련, 벚꽃, 그리고 물가의 키 작은 야생화, 형형색색의 양귀비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껏 맵시를 뽐내고 있어, 문자 그대로 꽃 잔치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길가 한적한 낙엽 덤불에서 잠시 쉬면서 최*삼 동문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이경 시인의 자작시를 감상했다. 사진작가 이*원..

사는 이야기 2022.06.26

건강검진날

그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시설이 좋아보이고, 검사종목마다 제각기 다른 방에서 검사하고 또 직원들이 비교적 친절해 보였다. 그래서 전날 저녁을 굶고 아침에 변을 채취해 9시에 검진센터에 도착했다. 피검자들이 많아 진료차례가 부지하세월이었다. 20분 기다리고 2분 동안 검사--맨 이런 식이다. 11시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놓고 그 안에 검진이 끝나지 않겠는가 생각했는데, 11시 반이 넘었다. 아직 산부인과 검진도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같이 밥 먹는 건 물 건너갔고, 약속을 못 지켰으니 가서 차나 사야지 하며 전화를 해뒀다. 산부인과 진료를 끝으로 옷을 갈아입고 종합적으로 정리해주는 의사를 만났다. --약 드시는 것 없지요? --네 --그런데 인지 기능이 좀 떨어지네요. --네..

사는 이야기 2022.06.22

싱싱클럽

2016년 9월 9일, 몰타로 떠나기 바로 전 4인의 노래연습모임이 만들어졌다. 낯선 나라에 가서 여차직하면 노래 한두 곡 정도는 부를 수 있어야 한다며~ Sing Sing도 되고 싱싱한 삶도 되는 싱싱클럽-- 운길산 자락에 사는 친구네 집이 모임장소였다. '염불보다는 젯밥'인 땡중처럼, 노래보다는 산보와 수다와 웃음이 더 많았던 몇번의 만남-- 벌써 6년 전 일이다.

사는 이야기 2022.06.19

살아있는 행복

2022년 6월16일 목 최선생님,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내가 각별히 잘 지내는 사이라는 얘기를 듣고, 저를 불러내서 일부러 밥을 사주셨던 일을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련만, 아내를 깊이 사랑하면 그렇게도 할 수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더 즐기셔도 될 날들을 아낌없이 아내한테 다 넘겨주고 훌훌 떠나시다니, 참으로 섭섭합니다. 그렇지만 시절인연이 다한 걸 어찌하겠어요? 이제 최선생님의 아내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가 열심히 챙기겠습니다. 함께 영화도 보러 가고 옛날처럼 여행도 같이 가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시어 혼자만 즐기지 마시고 가끔 친구의 꿈속으로 오시어 편히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안녕히~

사는 이야기 2022.06.16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20220615 종일 비 요즘은 한밤중에 잠이 깨면 복이 생각으로 심사가 산란해져서 잠이 완전히 달아난 채로 새벽을 맞는다. 복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이대로 깨어나지 못하고 가는 걸까. 4월 초 통화할 때만 해도 소망이 있었다. 복이는 말했다. "나 이번에 병이 어느 정도 나으면 이제부터 나 위해서 살 거야.내가 그동안 하고싶었던 거 다 해보면서 살 거야." 그렇게 말했던 친구가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뿐더러 소생 가망성이 없이 의술행위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친구의 남편은 말했다. "의사가 이삼일 정도 본다고 말하더라구요. 오늘 아들과 함께 담당의사를 만났습니다. 葬地도 잡아놓고 장례준비도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흘렀다. 혹시 연락 ..

사는 이야기 2022.06.15

퇴행성관절염 진료일에

몇 마디 말의 효과 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병원의 인기있는(?)선생님의 환자가 되기로 했다. 벌써 십 년도 더 되는 어느날부터 오른쪽 무릎이 뜨끔거리고 아파서 정형외과를 들락거렸다. 물도 빼보고, 연골 주사도 몇 차례 맞아보고, 관절염에 좋다는 치료제도 이것저것 사먹어 보고, 정 힘들 땐 한동안 소염진통제도 복용하고, 아쿠아가 좋다고 해서 수영장에도 다녀보고-- 무릎 아픈 사람이 해 본 건 다 해봤다. 이제 여차직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원치않는 인공관절수술까지 해야 할 것 같아서 집 가까운 유명병원에, 평판이 좋은 선생님 앞으로 등록을 해서 이번에 두 번째 검진을 받게 된 것이다. 번호표를 뽑고. 알림톡에서 바로 열 수 있는 진료카드도 열어 접수를 했다. 오늘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번호가 나왔다. B2..

사는 이야기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