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영화·드라마 67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코로나 19 시대에 영화보기 토요일 아침, 할미는 손녀 돌보기에서 놓여나 바쁜 듯 가벼운 걸음을 재촉한다. 골목길은 한산하다. 모두들 한 주간의 고된 일상을 내려놓고 꿀잠을 즐기나 보다. 전철도 텅 비었겠지? 했더니 웬걸~ 오이도행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삐 어딘가로 향하는 이들한테 미안한 감이 들었다. 시간 여유가 있어 만원 차를 보내놓고 사당행을 기다린다. 주말에, 더구나 이른 아침부터 영화 보러 나서는 이들이 이런 맹렬 할매 빼고 누가 있겠는가 하면서도 막상 상영관에 들어서서 텅빈 객석을 바라보니 섬뜩하다. 얼른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지정한 좌석은 생각보다 훨씬 뒤쪽에 있다. 도로 스크린 가까운 아래쪽으로 내려와 가장자리 의자에 앉았다. 상영시간이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아..

영화 애플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 출연 아리스세르베탈리스, 소피아 지오르고바실리, 안나 칼라이치도 그리스영화라서 뭔가 분위기가 색다를 것 같아 기대하고 봤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주인공은 사과를 먹는다, 아주 맛있게~ 어느 날, 순간기억상실증으로 과거가 몽땅 지워진 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병원신세를 지게 된 중년남자-- 병원은 무연고자인 그에게 '새로운 삶(인생배우기)'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집도 주고 필요한 만큼 돈도 주고-- 매일매일 녹음기에서는 그날의 할 일을 지시한다. 그는 지시대로 착실하게 새로운 일상을 체험하며 폴라로이드 사진기록을 남긴다. 얼음판 위에서 세발 자전거도 타고, 구노의 아베마리아가 흐르는 수영장에서 다이빙도 하고, 붐비는 홀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몸동작은 노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대한극장 3시간 50분 지루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얼굴만 보아도 시간은 금세 갈 것이니까~ 잊을 수 없는 몇 개의 장면들이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오려나? 스칼렛은 소위 말하는 악녀였다. 서양사람들이 말하는 '팜므 파탈'! 우리 조상들은 그런 여자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팔자가 센 여자 *남자 여럿 잡아먹을 년 *미인 박명 그녀가 작심을 하고 눈을 맞추면 안 넘어오는 남자가 없다. 게다가 천성이 불같고 욕심이 많아 딱 생각이 꽂히면 바로 일을 낸다. 애슐리가 결혼하는 걸 보고 멜라니의 동생 찰스와 충동적으로 결혼한다 찰스는 어처구니 없게도 남북전쟁에 나가 바로 전사하여 그녀를 미망인으로 만든다. 그즈음 레트 버틀러의 눈에 띤 그녀는 버틀러의 시선에 갇힌다. 전쟁이 남부군에 불리..

(TV 드라마) 울지 마라, 탁구야~

어느 주말, 모처럼 TV 앞에 앉아 볼만한 게 뭐 없나 여기저기 눌러 보았더니 처음 보는 드라마인데 인물들의 대사가 신선하고 들을 만했다. 뿐만 아니라 빵 만드는 사람들을 소재로한 것이 흥미로웠고 오븐에서 김이 오르는 빵이 나올 때는 입에 군침이 도는 게 빵 가게로 뛰어가고 싶었다. 채널을 고정시켜 놓고 오후 4시경부터 보기 시작한 것이 밤 12시를 넘겼다. 앞의 내용을 모르는 데다 무수한 복선이 깔려 있어 추리해 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순한 선악 구도인데도 인물들의 개성 있는 연기 때문에 몰입하게 된다. 기다려지는 수/목 저녁이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드디어 모자 상봉의 극적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사건의 진행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며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작가가 바뀌었나 생각..

영화 <시>

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영화 에서 영화 제목이라니~ 관객이 제한적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라는 매력적인 단어와 윤정희 주연 영화라는 말에 솔깃해서 기대감을 갖고 개봉을 기다렸다. 그녀는 비단의 곱게 빛바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너도나도 성형으로 제 얼굴을 찾아보기 어려운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원래의 모습을 보여 주니 그 또한 아름답다. 시 창작 교실의 선생은 을 이야기하게 한다. 어떤 이는 할머니께 노래를 가르쳐 드렸을 때, 어떤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졌을 때, 또 어떤 이는 집을 장만했을 때--라고들 말한다. 나는 그 순간이 언제였을까? 반백 년을 넘어 살았으니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부족할 것 같은데--글쎄? 주인공 미자는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구름과 강..

영화 <로빈후드>-전설의 부활

“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 칸영화제 개막작에 걸맞게 스팩터클한 영화다. 나 는 ‘남자’들이 몰입해서 볼 만한 영화가 못되는데(?) 비해 이 영화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보더라도 옆 사람이 재미없어 하면 어쩌나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들은 오래된 전설 속의 인물, 12C 영국의 를 불러내서 참으로 감탄할 만한 인물을 창조해 낸다. 우리의 義賊 이나 이나 처럼 그도 가난한 민중들의 속풀이를 해준 인물 정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십자군 전쟁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사자왕 리처드의 왕관과 기사의 검을 가지고 돌아오는, 황당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우리를 沒我의 경지로 몰아넣는다. 늠름하고 강인하고 신의 있고 카리스마 넘치고 거기에 부드러움까지 갖춘 매력 만점의 사나이의 종횡무진하는 모습..

영화 마틴 에덴

미국작가 잭 런던(1876~1916)의 자전적 소설 을 바탕으로 한 영화-- 나폴리를 배경으로 항구노동자로 일하는 마틴이 주인공 , 의 남자 주인공들과 여러 모로 닮은 주인공. 에서는 빈털터리 주인공이 부유한 친구의 재물과 그의 연인을 가로채기 위해 요트에서 살인을 하고 완전범죄를 저질렀을 거라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 순간 모든 게 탄로난다. 아랑드롱의 아름다운 용모와 눈빛은 수십 년이 흘렀어도 고스란히 뇌리에 남아 있다. 에서는 주인공이 밀주로 어마무시한 부를 축적하여 대저택을 짓고 첫사랑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약삭바르게 처신하여 살해당한 게츠비를 두고 떠난다. 선박 노동자 마틴은 부유하고 교양있는 엘레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러면서 여자에게 말한다. 당신과 같아지고..

교실 안의 야크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부탄-- 학교선생은 적성에 맞지 않다며 가수가 되고픈 유겐선생에게 장관은 오지 중의 오지 루나나로 보낸다. 해발2800m, 인구 56명 히말라야의 영봉의 품에 안겨 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지 학교, 겨울이 길고 환경이 열악해서 아무도 가고싶어하지 않는 루나나의 학교 수도 팀푸에서 8일 걸리는 곳에 도착한 선생은 열악한 환경과 마주하고는 바로 포기하고 돌아오려한다. 다음날 늦잠을 깨운 것은 반장노릇을 하는 어린 소녀 펜잠이었다. 타의에 의해 교실로 끌려들어간(?) 선생은 교육에 대한 열망이 간절한 촌장과 학부모와 아이들에 마음이 움직여 학교환경을 하나씩 바꾸며 교사생활에 적응한다. 돈보다 종이가 더 귀한 곳이라 난로에 불을 때려면 야크똥이 필요하다며 교실안에 야크를 한 마리 데려다 놓..

카일라스 가는 길

아침에 여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자기 카일라스가는 길 보러간다고. 언니가 정신줄 놓고 살까봐 좋은 책이나 좋은 영화 있으면 그때그때 알려준다. 요샌 누구더러 뭐 같이 하자고 말 내놓기가 어려운 때라 각자도생이다. 나도 바로 대한극장을 검색한다. 2시 35분에 한 번 상영한다. 요새 극장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관공서 출입할 때처럼 통제를 한다. 입구에서 일단 손세척을 하고 얼굴을 찍으며 열 체크를 한다. 문이 한칸 열리면 소독약 샤워를 하고 그 다음에 안으로 들어간다. 매표 후엔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긴다. 표를 손에 넣기까지 절차가 좀 번거로운들 어떠랴! 대한극장이 문닫지 않고 기사회생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뿐이다. 티벳의 성산 카일라스를 사십대 아들이 84세 노모를 모시고 떠난다. 아들은 영화감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