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기도

남한산성-부부함께 떠나는 금요여행

맑은 바람 2013. 10. 5. 21:00

 

오늘은 마침 남편의 竹馬故友五友의 부부동반 모임이 있는 날이다.

한 시간 남짓 차를 몰아 남한산성 <남문주차장>으로 갔다.

네 쌍은 이미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슬라이딩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10분 전쯤에 도착할 수 있게 떠났건만 새로 알게 된

김 기사의 지시를 잘 알아듣지 못해 두 번쯤 노선이탈을 하는 바람에 지각생이 됐다.

 

한 차례 걷고 점심 먹고, 또 한 차례 걷고 저녁 먹고--

종일 함께 있어도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여기가 <남한산성>이 아니라 강원도 어디쯤인들 어떠랴~~

모두 가벼운 몸들인데--

특히 이제는 살림에서 손을 떼도 좋을 만한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고방 열쇠도, 밥 해 올릴 며느리도 없는 세상에 사는지라, 손에 물 묻히며 살 수밖에 없는

60중반의 할머니 그리고 할배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쑥부쟁이와 나비

 

    <제2남옹성치>앞 쉼터

 

 

 

 

 

 오늘 화제는 父母德이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효성이 지극했던 이회장이  요즈음 새삼 부모덕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의사사위를 둔 이회장은 요새 바쁜 사위 대신 병원 공사하는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현장 감독 지휘를 하면서, 삼사십 년 같은 일만 해온 나이 지긋한 기술자들이 나름의 노하우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각자의 일을 훌륭히 해내는 걸 보면 탄성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다.

그러나 그들이 불우한 환경에서 오로지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죄(?)로 평생 단순노동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살면서 그나마 일거리가 없어질까 두려워 戰戰兢兢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리다고 했다.

그런데 당신은  부모 잘 만나, 허리를 졸라매고 끼니를 덜 먹어가면서도 대학교육까지 시켜서 지금 이만큼 살고 그들을 부리는 입장에 선 게 아니냐고 절절한 심정을 토로한다.

句句節節 공감이 가는 말이라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그러면서, 유달리 기억력이 비상한 이회장은 친구들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낸다.

네 벗이 모두 장남들이라, 부모님으로부터 얼마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컸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한다. 같은 얘기라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남다른 이회장의 말이라 우리는 웃고 또 웃다가 때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남이 해주는 밥 먹고, 잡념을 떨치고, 가벼운 이야기로 때로는 가슴을 치는 이야기로 웃고 떠드는 하루는 영양제 한 움큼과 맞먹는다.

더욱이 하늘 맑고 숲 그늘 서늘한 남한산성 가을 산 속에서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