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의 나날들 제8일 공부와 운동

맑은 바람 2016. 11. 8. 05:30

간밤에 낙상 사고로 약간의 두통은 있으나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별 이상이 없다. 머리를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만져보니 툭 불거져 있다.

어쩌면 이 아침에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월요일 아침-

둘다 공부하러 가기 싫다.

 

교사 시절 아이들 생각난다.

어지간히 공부하기 싫어 몸을 비틀고 인상쓰고, 책상 밑에서 만화책 보고, 수시로 시계 들여다보고, 엎드려 자고~~

그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싫다고 저항한 아이들이었다!

내게 좀더 지혜가 있었더라면 그 아이들에게 재밌게 공부하는 방법을 깨우쳐 주었을 텐데~

다들 어디서 뭘하며 살까?

 

오늘도 아이린 선생은 내게 말했다.

문법은 웬만한데 스피킹과 히어링을 더 연습해야겠다고~~

젊은 애들 보기 부끄러워 공부를 좀 하긴 해야겠다.

애초엔 수업은 무늬만, 돌아다니는데(여행) 주력하려고 했건만 그게 아닌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제니의 안내를 받아 쏴알거리고 돌아다녔으니 이제부터는 복습좀 해야겠다.


칠십 노부부는 책상 머리에 나란히 앉아 모바일 사전을 뒤적이며 숙제를 한다.

그러다가 대니는 멋적은지 한마디 한다.

-이거 다 늙어서 우리 지금 뭐하는 거지?

-뭐하긴, 젊어서 못 해본 유학 온 거잖아~~

 

점심 후 한 시간 뒤 gym에 갔다.

직원은 복장을 훑어보더니 슬리퍼는 안 된다며 운동화를 신고 오란다.

세상에~~

집에 쌔고 쌘 게 운동화인데 단화와 부츠와 가벼운 구두만 갖고 왔다!

급한 대로 대니의 보트만한 운동화를 빌려 신고 갔다.

직원은 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통과시킨다.


자전거를 40분간 탔다.

무릎에 체중이 실리지 않아서인지 40분을 탔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 샤워까지 끝내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두 아들이 엄마 무릎 고칠려면 스쿼시와 자전거밖에 없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건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나, 이제 여기 온 목적의 하나가 무릎을 고치는 일이니 작심하고 운동을 해야겠다.

 

오후 6시만 되면 캄캄하다.

저녁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이즈 스위기를 벗어나 쎄인트 줄리앙 해변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30~40분 거리~~

나는 해변을 따라 성당 앞까지만 걷고 대니는 좀더 걷기로 하고 성당 앞 벤치에서 기다린다.


치안 상때가 좋다고 듣고 와선지 낯선 곳에 혼자 앉아 있어도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며칠새 이 공간과 정이 들었나 보다.

 


오후 8시,

초저녁이지만 해가 일찍 떨어져서 사방에 어둠이 깔리고 카페나 레스토랑 맥주집만 오렌지빛 등을 밝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고 있다.

볼을 스치는 11월의 지중해 바람이 마냥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