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29

귀향

드넓은 논밭이 펼쳐지고 집 앞엔 졸졸 냇물이 흐르며, 뒷산에 밤나무가 있어야만 고향인가? 철조망 친 미군부대, 사거리 드럼통 위에서 수신호를 하는 헌병, 땡땡거리며 신나게 달리는 전차, 눈썹이 뭉개진 얼굴을 누더기로 가린 채, 구걸하러 다니는 문둥이, 해가 지면 종로통에 칸델라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며 펼쳐지는 야시장---- 50년대 서울 복판에 살던 사람들이라면 생생하게 떠올리는 정경들이다. 나는 사대문 안에서 27년을 살았다. 아버지 직장이 광화문 통에 있고, 통행금지 시간이 다 되서야 일을 마치시는 형편인데다 자주 약주를 드시고 귀가하시어, 어머니는 안심이 안 된다며 언제나 아버지 직장을 구심점으로 이사를 다녔다. 결혼 후엔 주로 사대문 밖이 주거공간이었다. 대방동, 독산동, 안양 석수동, 그리고 ..

사는 이야기 2022.11.13

느티회의 부산 나들이

정기적으로 만난 세월은 오래지만 이렇게 2박3일이나 우덜끼리 집 나가 본 건 결혼 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애초엔 기독학생회 7인의 멤버가 모두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한 친구가 공교롭게도 우리가 여행 떠나는 날 미국으로 떠났고, 한 친구는 직책이 막중해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사정이라, 안타깝지만 우리끼리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雪景이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수학여행을 떠나온 소녀들마냥 부푼 가슴을 안고 부산역에 도착, 먼저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떠놓고 소주 한 잔씩 들고 우리의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축배를 들었다. 태종대에서 오륙도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앞에선 아무리 세상이 힘들더라도 자살같은 건 하지 않기로 다짐도 하고, 에 올..

사는 이야기 2022.11.13

피아골 피정의집

2022년 11월 11일~12일, '야곱 전국 성지순례'프로그램에 있는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집'을 찾았다. 사당역 1번 출구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아침7시10분에 출발하여 1박2일을 알차게 지내고 돌아왔다. 뭐니뭐니해도 피정의 집에서 맛본, 정성이 가득 담긴 네 끼 식사와 우리 모임의 변함없는 단결력 그리고 절정을 이룬 지리산 피아골 단풍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잘사는 게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심히 하느님 앞에서 부끄럼이 없도록 사는 거.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죽은이들을 위로하는 가운데 특히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가 중요합니다. 그를 통해 내 삶의 마지막날을 준비하는 가운데 그날에 "고생했다. 이제는 네 본향으로 오너라"하는 부르심이 계시면 우리는 '이쁘게 잘살았다'고 말하면서 미소 지으며 떠나..

가난한 사람들-도스또예프스키

-도스또예프스키 전집 중에서/석영중 옮김/열린책들/초판1쇄 2000년6월/신판3쇄 2003년6월/1844년11월 초고 완성/읽은때 2022.11.1~11.8 도스또예프스끼( 1821~1881) 향년60세/의사의 2남으로 태어남/16세에 어머니 사망, 18세에 아버지는 농노들에게 살해됨/23세에 토지와 농노에 대한 유산상속권을 방기함/28세에 벨린스끼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 받음, 사형 직전, 황제의 형 집행 정지 명령을 받고 강제노동형으로 감형됨.(4년간 수용소 생활을 함)/36세에 미망인 마리아 드미뜨리예브나 이사예프와 결혼/이 해에 세습귀족 신분을 되찾음/간질증세로 군복무를 계속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음/38세에 하사관으로 제대함/평생 비밀경찰의 감시를 받게 됨/41세 때, 상뜨 뻬째르브르그에 ..

그래도 사랑해, 이집트

문윤경/밀리언스마일북스/ 295쪽/1판1쇄 2009.10/읽은때 2022.11.2~11.4 어느 날 '한진관광'의 광고상품이 카톡에 올라왔다. 이집트 전세기 한시적 운항-- 직원항공권 요금을 뺀다 해도 나로서는 만만치 않은 가격-- 그러나 오래도록 염원(?)한 곳이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메눌이 놀러왔을 때 알아봤더니 직원항공권을 사용할 수 없는 상품이란다.낙심해서 코가 쭉 빠졌다. 다음날 무심히 TV를 보고 있는데 홈쇼핑에서 이집트ㆍ사우디 관광상품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으로 떴다. 무조건 전화 예약을 해놓고 직원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같은 여행사 상품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전화를 걸었더니 홈쇼핑 상품의 전화불통과 비교도 안 되게 직원과의 통화가 순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