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4 8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자정이 넘어 귀가한 작은아들이 대문 따고 들어오는 소리는 들렸는데 현관으로 들어서지를 않는다.무슨 일인가 하고 내다보니,“엄마, 잠깐 나와 보세요.”하며 말없이 하늘을 가리킨다.아, 한눈에도 수백 개쯤 되어 보이는 별들이 검푸른 벨벳 위에 흩어진 보석처럼 티 없이 맑은 하늘에 또렷이 박혀 있다.“저 위에 세로로 나란히 있는 별 셋이 보이죠 ? 그 양 옆에 있는 별이 하나는 파랗고 하나는 빨간데 구별이 되세요?”“아~니-”“저게 오리온 좌예요.”“아, 그렇구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꾼 별 말이지~” 이 동네 주택으로 이사 온 지 꽤 여러 해가 되었고 종종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었는데, 오늘 아들과 함께 바라본 하늘에는 참으로 많은 별들이 총총히 뿌려져 있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

Y Y Family Room 2024.08.04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최순우의 한국미 사랑

마침 요새 간송미술관에서 ‘보화각 설립 70주년 조선 서화전’(10/12~10/26)을 한다는데 이 책을 읽고 가서 보는 그림 맛이 조금은 다르리라 기대된다. 참 좋은 책이다. 글의 흐름이 좋고, 몰랐던 것들(옛 그림과 도자기와 조선의 여인들)을 일러주어서 좋고, 깨달음을 주어서 좋다. 혜곡 최순우 선생(1916~1984)은  ‘자연과 조형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그것을 느끼는 즐거움의 소중함’을 말했다. 그 아름다움을 맛 볼 줄 아는 게 ‘세상사는 맛’이라 했다. 혜곡 선생은 북악과 삼각산이 좋아서, 시청에서 바라본 광화문과 경복궁이 좋아서 오래오래 서울에 살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70을 넘기지 못하고 가셨지만-- 그의 집이 지척에 있어(성북동) 두어 번 가 보았다. 소박하고 참 편안한 느낌을 주는 ..

제주 걷기 여행-서명숙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역임)

43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어냈다.작가의 글솜씨도 글솜씨려니와 미지의 제주 지역들과 그곳 사람들의 삶, 그들의 전통음식 또 제주방언의 감칠맛 등이날 꼭 붙들고 갔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통해, 사투리에 대한 나의 편견을 씻고 전라방언의 매력에 빠져든 일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그녀의 현재는 ‘예정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제주에서 태어나 가장 예민한 시기를 제주에서 보내면서 제주문화를 익히고 도시로 가 글로 먹고 사는 생활을 하며신산한 세월을 겪은 후 산티아고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제주올레의 씨앗을 품고 와, 생후 반 백 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마침내 ‘제주올레’를 만들게 된 일-  읽는 중에 다음 주에 떠나는 제주행 배표를 끊어놓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봄기운이 ..

지옥탈출

병이 재발한 것이 한 열흘쯤 전부터였나 보다.쭈그리고 앉아서 다리미질을 두어 시간 했었다.늘상 그 자세였는데 이번엔 심상치가 앉다.허리에 둔한 통증이 오고 등 뒤에 딱딱한 판대기가 한 장 붙어 있는 거 같다.춥다고 한동안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보다.틈나는 대로 걸었다.두리만 데리고 컴컴한 공원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혜화동에서 동대문까지 걷기도 하고-며칠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몸이 점점 굳어온다.이러다가 큰코 다치지 싶어 지난 목요일 종로5가 그 ‘명의’를 찾았다.계란유골이라고! 목요일은 안 나오신단다. 연세가 높으셔서 이젠 일주일에 두 번 휴진이라고.이제는 더 못 참겠어서 114에 문의했더니 그 흔한 정형외과가 혜화동엔 하나도 없고 성신여대 쪽에 있다고 해서 허위허위 찾아갔더니 사진을 3장 찍어보고..

사는 이야기 2024.08.04

어느 스승의 날

6월에 메릴랜드 모 고등학교로 유학가는 아이와, 글솜씨가 남달라 여기저기 대외 글짓기대회에 나가 화려한 입상경력을 지닌, 열여섯 살 제자 둘이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왔다.지난번 광양 갈 때 차 속에서 맛있게 먹었던 가 생각났다.통인시장 안에 있는 그 유명한 집을 찾아내서 맛있게 떢볶이를 먹었다.이야기 나누기 좋은 근방의 으로 갔다. 자연 그곳에 얽힌 이야기가 나왔다. 안전한 가옥(안가)이 처절한 죽음의 현장이 된 아이러니한 역사 현장, 궁정동 안가안가를 헐고 새로 조성한 곳이 무궁화동산 아닌가.-이제는 그늘을 드릴 만큼 자란 느티나무와 무궁화가 군락을 이루고 그 속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아이들,두런두런 한담 나누는 엄마들로 한가롭고 평화롭기까지한 무궁화 동산.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名醫를 찾아서

몸이 달았다. 산행 날짜는 부쩍부쩍 다가오고 꼬부라진 허리는 잘 안 펴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쪽 무릎이 가끔씩 쑴벅거리더니 겨우내 오른손이 저려,자다가 깬 적이 자주 있었다. 그러더니 3주 전 오후 토끼잠을 자고 난 뒤 허리가 마음대로 펴지지 않고 오른쪽 허리에 심한 통증이 온다. 며칠은 그냥 배겨 보다가 학교보건원엘 갔다. 정형외과는 없지만 물리치료실이 있어 잠시 치료를 받고 싶었으나 오른손을 너무 써서 그렇다며 물리치료도 해 주지 않는다. 석연찮아 한 이틀 후 한성대역 부근 한의원엘 갔다. 웬 의사가 환자를 향해 구십 도로 절을 하며 썰을 풀고 생쑈(?)를 한다.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우스워 “의사선생님 맞으세요?” 하니까 한때 개그프로 방송 원고도 쓴 적이 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홀린 ..

사는 이야기 2024.08.04

'마타하리'와 '티파니에서 아침을'

작년 이맘때 인터넷 오렌지화일을 통해 본 두 편의 영화 속 여주인공이 요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무슨 광고엔가 뜬금없이 자주 나오는 '오드리 햅번'과 웬 간첩사건이라고 터트린 내용에 임모라는 여간첩을 '마타하리'에 비유, 세기의 간첩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마타하리'- 1931년 작 ‘마타하리’-미모의 여간첩의 대명사. 하기사 남자고 여자고 첩보원의 아주 중요한 조건의 하나가 뛰어난 외모니까-그레타 가르보 주연으로, 베일에 가려진 미모의 그레타 가로보의 연기에 탐닉하다.얼핏 한*경씨(연극인 김상열씨 부인, 연극배우,내친구)의 이미지와 닮았다고 느꼈다.1917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때가 배경으로 러시아 장교들에게서 정보를 빼내 독일군에전하던 중 젊은 장교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소설 알렉산드리아 이병주

언제부터인가 이병주의 ‘소설 알렉산드리아’가 꼭 읽어봐야 할 글로 생각되었다.알렉산드리아라는 북이집트의 한 도시가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더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던 모양이다. 지중해의 진주로 불리우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였던 파로스 등대가 있던 곳.그리고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있었던 곳. 한때 시이저와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우스가 사랑을 불태우고옥타비아누스의 비극이 연출되었던 곳. 그 후 도시 전체가 일주일 동안 불에 타버려 지금은 옛 흔적을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도시- 왜 이곳을 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을까?1965년에 발표되었고 196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니 5.16 혁명을 중요한 사회적 배경으로  한 것 같다. 주요 등장 인물은,알렉산드리아로 ‘나’를 데려온 프랑스인 외항선원 말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