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3 9

자전거타기

발이 땅에 닿지 않게 안장을 높이고 자전거를 몸 쪽으로 기울여 왼다리를 폼 나게 쭉 뻗어 왼쪽 페달에 얹고오른발로 살짝 땅을 밀면서 사뿐 안장에 엉덩이를 붙인다. 이어 페달을 두어 번 저어 핸들의 균형을 유지하면서가벼운 내리막길을 달리면 스멀스멀 온몸이 근질거려온다. 사악- 삭- 귓가를 스치는 오월의 부드러운 바람-이제 막 자전거를 배운 초보생이 누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의 순간이다.  사실 벌써부터 자전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여러 해 전 일본의 가고시마를 여행할 때였다. 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자분이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행동이민첩해서, 가이드의 고령자에 대한 염려를 일시에 불식시켜버렸다. 부럽기도 하고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뭔지궁금하기도 해서 ..

사는 이야기 2024.08.03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엄마는 ‘연금술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 아들이 묻는다.“글쎄 내용이 뭐였더라-- 하나도 생각 안 나네. 분명 읽은 것 같은데-- 읽기는 다 읽었던가? ”“끝까지 밑줄이 쳐 있던데요?” 민망하고 당혹스러워 책을 들춰보니 여기저기 열심히 밑줄을 그어놓았다.작년 9월에 사서 열심히 읽었나보다. 그런데 왜 정리를 안 해 놨지?안 되겠다.  100자 쓰고 1000자 읽으라고 했지?줄친 문장가운데 다시 음미하고 싶은 구절들을 적어본다. **글쓴이:파울로 코엘료(브라질인) 1947~불행한 청소년기-히피문화에 심취-만화잡지 창간-잡지 때문에 투옥, 고문 당함-로 문학 활동 시작-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름-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영적 구도서로 평가-유럽 각국의 상을 휩씀-자선사업-칼럼니스트로 활동 *..

이름 모를 꽃

여행길에 절간 마당이나 담장이 낮은 시골집 장독 가에 또는 앞마당 화단에서 많이보던 꽃이었습니다.그런데 작년 여름 우리 동네 골목길 입구에서 이 꽃을 만났습니다.오가는 사람들 보라고 동회에서 설치해놓은 건지 앞집 가게 주인이 건사하는 건지 모르는 커다란 돌 화분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보시시 아슴하게 골목 입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반해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았습니다.그리고 욕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뿌리 캐다가 집안에 들여 놀까?그러다가 그만 바쁜 생활 속에 흐지부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그런데 올여름 다시 이 꽃이 생각나 그 자리를 눈여겨보았습니다.누구의 손길이 닿았는지 작년 보던 그 꽃은 온데 간데 없고 엉뚱한 꽃이 그 자리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낭패감으로 발길을 멈추고 맥없이 서서..

걸음아, 날 살려라

-운명을 바꾸는 걸음걸이, 장생보법- 이 승헌(국제 뇌교육 종합대학원 대학교 총장)이 책이 내 눈을 끈 건 제목이 재미있는 데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원하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광고 문안 때문이었다.이 책의 주요내용은 지난 3월 15일 작가가 ‘아침마당’에 출연해서 이야기한 것들이다.2000년 8월 글쓴이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인의 영적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추대되었다.그가 벌이고 있는 ‘HSP(Health-Smile-Peace)생활문화운동’의 결과다.“위기는 기회이고 모든 경험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거름이지요.”落馬의 불운을 딛고 長生步法을 만들어 낸 그가 한 말이다. 이 장생보법도 그가 주창하고 있는‘HSP 생활문화운동‘의 일환이다.글쓴이가 대전제로 하는 말은..

서울 성곽 탐방

언덕-김광균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밑에는 자옥한 안개 속에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 위엔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별이 하나 둘 늘어 갈 때면우리들은 나발을 어깨에 메고휘파람 불며 언덕을 내려왔다★★서울성곽★★서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의 도성(都城)이다.조선건국 초에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하여 궁궐과 종묘를 먼저 지은 후,태조 4년(1395) 도성축조도감을 설치하고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성곽을 쌓도록 하였다.석성과 토성으로 쌓은 성곽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4대문은 동의 흥인지문 ·서의 돈의문 ·남의 숭례문 ·북의 숙정문이고,4소문은 동북의 홍화문 ·동남의 광희문 ·서북의 창의문..

국내여행 2024.08.03

<시와시학사 >현판식 겸 출판기념회

***이 글은 2006년 8월 25일에 쓴 글입니다** 김재홍 동문이 운영하는 명륜동 ‘시와 시학’사 건물 안에 이층짜리 정자가 들어서고 만해학술원이 백담사에서 이사를 왔다.알뜰한 아낙네시인들이 새벽 4시부터 준비한 음식들-해물전, 동태전, 파망전,깻잎전, 홍어무침, 족발, 돼지머리, 시루떡, 잔치국시, 수박, 포도, 배, 천년약속, 와인--오후 5시부터 ‘만해학술원’ 및 정자 ‘圓角’현판식을 하고 정자 아래에서 만해 한용운 영정 앞에 고사를 드리고 이번에 새로 시집을 낸 사람들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행사가 계획되었다.방명록 대신 북을 세 개 마련해서 거기에 싸인을 받았다. 그런데 오후 4시경 빗방울이 한두 방울 듯는 듯하더니 감잎에 떨어지는 빗줄기가 예사롭지 않아 일정을 앞당겨 현판식과 축사가 진행되었다..

사는 이야기 2024.08.03

짝사랑은 이제 그만!

이런 저런 사유로 이 일 저 일에 얽히고설키다 보니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메일을 보내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바쁜 일과를 쪼개서 책상머리에 앉아, 설거지도 미뤄두고 식탁 앞에 앉아,수첩을 펴놓고 돋보기를 코에 걸고, 너무 획일적인 편지는 또 왠지 성의가부족한 것 같아서 하나하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분부분 내용을 달리해서이메일을 보내고 또 문자메시지를 보낸다.새 문서 앞에서 또는 휴대폰의 메시지 보내기를 열어 놓고, 어떤 문구를 써서친구의 감성을 자극할까(?) 고심도 해가며 오직 그 순간만은 소식을 받을 이만을생각하며 마음을 모은다.잠시 후 사연을 담은 문자들은 홀연히 섶벌처럼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그때부터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몇 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열어보기도 하고받은 편지함을 들여다본다.수고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4.08.03

우리는 모두 장애인 ?

골프는커녕 재난 대비 필수 운동 종목이라는 수영도 못하고, 강남 한복판에 이십 년 가까이 살다가 1가구 2주택 무서워싸악 팔고 빠져나와 강북에 주저앉은 나는 특급장애인?그러나 지금 우리는--판피린 코프 사용 설명서를 안경 안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날 때 아구구구 소리 안 내는 이머리털이 숭숭 빠져나가 휑하지 않은 자방으로 전화기 가지러 갔다가 불만 끄고 나오는 일 절대로 없는 사람대로를 멀쩡히 걸어가다 휘청 해서 코 박고 넘어지는 일은 결코 없는 자불과 서너 페이지 전에 밑줄까지 쫘악 그어 놓은 단어를생경한 단어 대하듯 고개 갸우뚱 하는 일 같은 건 없는 이--이런 이들은 장애인이 아니지나이 든다는 건 장애인이 되는 거다.그래, 젊은이들 전용 공간에 들어서면 뜨악한 얼굴로 바..

사는 이야기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