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525

외상진찰 -이장규 수필집

범우사 267쪽 1986년 3월31일 초판 3000원 이장규1926~1985(59세) 폐암으로 사망 서울의대내과교수, 윈자력병원장, 1974년 최초수필집 출간 '70년대 후반에 작가의 글를 접하고, 의사가 쓴 글이 참 좋구나 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반세기 만에 다시 만나는 이장규 수필집--에세이보다는 미셀러니쪽에 가까운 글이지만 인품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일찌감치 세계여행을 많이 다녔다(미국-필리핀-일본-서독-유럽-캐나다-모나코-이탈리아-싱가포르-오스트렐리아--) 출생에서 사망까지 남보다 윤택한(?) 삶을 누리며 한국 최고의 지성을 자랑한 그의 이력이 부럽다. 다만 선천적인 약골인지, 일을 너무 해서인지 병원신세를 종종 지고, 이도 부실한데 술을 즐기고 담배는 골초인 얘기..

<흑산> 김훈의 역사소설

학고재 407쪽/2011년 출판 역사적 배경: 신유박해 (1801년) 순조 때 김훈의 덕분에 섬진강을 두루 여행하며 옥정호도 만났고 김용택선생 근무지도 찾아보고 요강바위도 가보았다. 책이 이끄는 여행이 참 즐거웠다. 여러 해 전 홍도 흑산도를 여행할 때 흑산도 버스투어를 하는 중에 먼발치로 를 보았다. 맘이 자꾸 끌려 흑산도를 다시 한번 가봐야지 생각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천주교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황사영 그리고 그의 백서- 이 책에 의하면 황사영이 그리 큰 활약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리 비중이 큰 인물로 부상했는지, 사회적 신분이 높아서인가? 그보다는 흑산도와 를 쓴 정약전의 유배생활이 궁금했는데 기대에 못미쳤다. 역사적자료가 부족한 걸까, 작가의 필력이 떨어진 걸까? (10쪽)곤장 ..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

--천종식교수의 미생물 특강 2008.6출판/솔출판사/303쪽 천종식1967~ 천랩대표 최재천의 에 추천도서로 소개되었다. 온세계가 7개월째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상당수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이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과학분야에 특히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가 스스로 기특할 정도다. 중학생정도의 수준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해 놓았다. 참으로 유익한 책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함께 우리 몸안에 무수히 살고 있는 존재였건만 지각을 못하고 살 뿐이었다. **20200712 현재, 코로나19로 사망한 세계인 수:540,764명 (4쪽)내가 그날 밟고 지나간 흙 한 줌은 지구의 인구보다 많은 미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흙의 한정된 영양분을 서로 ..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정영문 옮김/해나무/2008.6출간/223쪽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1931~ 작가, 인류학자, 동물학자/부시맨 연구로 인류학박사학위 취득/개와 동물의 행동과 습성 연구 (15)과거에는 과학자들조차도 인간만이 사고나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한 관념은 기독교 창조론의 잔존물일 뿐이다. (40)개는 2만년 동안 우리와 삶을 공유했다.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찌해서 개에 관해 그토록 아는 것이 없으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조차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44)2살된 허스키 미샤의 외출:미샤는 그리스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였으며, 케임브리지는 포도줏빛 검은 바다였다.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없다. 이런 글이..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내가 과학분야 책을 읽게 될 거라고는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들이 추천한 책 와 도 왠지 그쪽 냄새가 나는 듯해서 '일단 앞부분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성화(?)를 해도 알았다고만 하고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최재천 교수의 을 만나고는 다윈이야기, 미생물이야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책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귀하고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다윈이야기도 왠지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나오면 지레 질릴 것 같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이라는 토를 단 비글호 항해기를 구입했다. 읽으면서 '딱 내 수준이야'하며 만족해 한다.** 찰스 다윈 (1809-1882)영국 의사공부- 목사공부- 박물학자 **박물학자:식물과 동물의 과학연구/ 자연사연구하는 사람 10명의 자녀를 낳았다 1831..

통섭의 식탁

2015년 발행/움직이는 서재/400쪽 최재천1954~ -취미독서가 아닌 기획독서를 하라. 직업과 이어지는-- 기획독서는 당신을 통섭형 인재로 만들어 준다. **통섭consilience(지식의 대통합)우리나라에서 이 용어를 2005년부터 쓰기 시작함 우리나라 사람이 이 단어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 비빔밥 문화, 많은 반찬을 조합해 먹으려는 두뇌 활동이 끼니 때마다 벌어진다.--머리말에서 (28)손에 들고 다니던 파파야를 내려놓고 석양의 장관을 지켜보던 침팬치 (과천 동물원에서 우리를 향해 신경질을 부리며 돌팔매질을 하던 침팬치가 떠오른다) (39)--인간과 침팬치가 공동조상에서 분화된 때: 500만년 전(지구의 역사를 하루에 비기면 1분도 안 됨) --현생인류가 탄생한 때: 20만년 전 --우..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이근후(이화여대 명예교수) --나이듦에 관한 유쾌한 심리수업 (총 283쪽) (8)젊었을 때는 의지를 세워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전부 이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다.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원래부터 많지 않았고, 흐르는 시간을 당해내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가운데 발견하는 사소한 기쁨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세월로 인한 무상감과 비애감을 달래준다.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잃어버린 동화의 시절

-한국의사수필선집1 (박문하/최신해/이장규/빈남수/김사달) 정신과 의사이자 전직 교수이며 최근에 두 권의 수필집을 내신 이근후 박사의 글을 읽다가 문득, 대학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최신해, 이장규선생님의 글을 다시 만나고 싶어 수소문해서 알라딘중고에서 세 권의 수필집을 구입했다. 여행 가방에 넣어와 틈틈히 읽는 동안 실망스러움이 차올랐다. 그때(1960년대 후반)는 그렇게 잼있게 읽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올씨다다. 적어도 좋은 글이라면 밑줄치고 싶거나 필사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자꾸 '꼰대'가 떠오른다. 을 쓴 '세계적인 석학' 린위탕수필을 읽다가 도무지 이건 아니다 싶어 도중에 책장을 덮었던 때와 비슷한 체험을 했다. 소위 명작이라는 책 중에는 '아니, 이게 백 년 전에 씌어졌단 말야?' ..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의 길을 걷다 마르코 폴로/루스티켈로 지음/배진영 엮음 국내 초판 2004년 12월 읽은 때:20200510~0530 마르코폴로1254~1324 70세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생 15세에 아버지를 따라 동방여행길에 올라 서아시아-중앙아시아-중국-인도를 거쳐 25년만에 베네치아로 돌아옴.(1295) 중국(당시 원나라1206-1368)에 머문 기간이 17년 정도. 그 중에서도 샨두와 킨사이에 가장 오래 머묾 당시 중국은 징기스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원나라를 세워 집권하고 있었다. 전쟁포로(제노바-베네치아)로 옥에 갇혔을 때 작가 루스티켈로가 마르코폴로의 경험담을 듣고 글로 옮김(1298-1299년 완성) **옥중에서 탄생한 걸작들이 얼마나 많은가! 13세기 유럽인들에게 동방은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