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永郞 / 允植)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 풀꽃나무 이야기/봄 2011.05.24
너 언제 왔니? 햇살이 제법 따뜻해 뜰에 나가 겨우내 쌓였던 거름더미를 걷어내서 쌀 포대에 담았다. 금강이똥과 낙엽더미와 음식물들로 어지럽던 뜰을 깨끗이 치우고 나니 5포대나 되었다. 여름내 EM을 뿌려주고 지렁이 식구들이 그것들을 먹어치우면 내년에는 천연퇴비 몇 삽쯤 나오겠지? 한.. 풀꽃나무 이야기/봄 2011.03.24
봄꽃들의 축제 3월 들어 세 차례나 폭설이 내리고 겨우 봉오리를 맺은 꽃들을 동사시키며 꽃샘추위가 유난하더니 봄은 왔으되 진짜 봄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다. 며칠 전 화단에 낙엽진 활엽수들을 걷어내려고 창문 아래를 보니 오종종하게 제비꽃들이 장작더미 곁에 나 앉아 있다. 아직 추위를 두려워 하고 있는 듯.. 풀꽃나무 이야기/봄 2010.04.02
앵두의 계절 우리 동네 골목 이름이 <앵두나무길>이다. 그런데 처음 이사 와서 이집저집 기웃거려봐도 앵두나무가 보이질 않는다. 수십 년 전에는 필경 이 동네에 앵두나무가 많이 있었을 텐데-- 종로 5가 나무시장에서 어린 앵두나무 하나를 가져다 심었다. 이제 10년 가까이 되니 가지가 제법 굵어지고 올해는..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9.06.12
하얀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사 온 지 두 해째 되는 해다. 대문 쪽 수수꽃다리(라일락) 아래 볼품없이 피어 있는 풀나무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꽃도 피우지 않고 잎도 별로 볼품없이 ‘나도 나무’정도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여보, 이 나무 내년에도 이러구 있으면 잘라 버립시다. 뭔 나문지도 모르겠고--” 말귀를 알아들은..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9.05.08
금낭화와 수수꽃다리와--(4월의 뜰) <금낭화> 작년에 어린 것 하나 데려다 2층 계단 입구에 길렀는데 이내 비실비실하다 가더니 올봄에는 싹이 나오는 것부터가 예사롭잖다 했는데 어느새 빨간 복주머니를 조롱조롱 달고 있네요. 터 닦느라 한해 동안 고생했다. 고 작은 주머니 가득가득 우리들 소망과 사랑으로 채워 다오 <영산홍&..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9.04.15
작은 것들에 관하여 작은 것들에 관하여 4월 들어 매화 검은 가지 끝에 봄소식이 하나둘 전해오더니 이어서 훤칠한 목련 가지 끝마다 芽鱗을 벗어던진 우윳빛 꽃망울이 등불처럼 환하다. 매화꽃 목련 담 옆 수수꽃다리는 언제 온 줄도 모르게 하얀 향내를 은은히 피우고 그 아래 다소곳이 잎자락을 펼친 모란도 純白의 탐.. 풀꽃나무 이야기/봄 200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