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7-이성부 전라도 7 -이성부 노인은 삽으로 榮山江 을 퍼 올린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머지않아 그대 눈물의 뿌리가 보일 때까지 노인은 다만 성난 사랑을 혼자서 퍼올린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인은 끝끝내 영산강을 퍼올린다 가슴에다 불은 짊어지고 있는데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2
수선화에게-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2
같이 살고 싶은 길-조정권 같이 살고 싶은 길 조정권 1. 일년 중 한 일 주일에서 열흘쯤 혼자 단풍 드는 길 더디더디 들지만 찬비 떨어지면 붉은 빛 지워지는 길 아니 지워버리는 길 그런 길 하나 저녁 나절 데리고 살고 싶다 늦가을 청평쯤에서 가평으로 차 몰고 가다 바람 세워 놓고 물어본 길 목적지 없이 들어가 본 외길 땅에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황지우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잘나가는 이들은 기울 때를 경계하고, 실의에 빠진 이들은 저물 때에 더 빛나는 바다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어떤 적막-정현종 어떤 적막 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 나간다 그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민복 詩(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뼈 아픈 후회-황지우 뼈아픈 후회 -1993년 문학사상사의 소설시문학상 수상 황지우(1952~)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바람의 말-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내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겨울밤-박용래 겨울밤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
나를 키우는 말-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이해인 행복하다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말하면서 다시 알지 글사랑방/애송시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