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 142

청구영언 3

(9)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듸 업다(봄산에 눈 녹인 바람 잠시 부는 듯하더니 간 곳 없네)져근 듯 비러다가 마리 우희 불니고져(그 봄바람 잠깐 빌려와 머리 위에 불게 하여)귀밋테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가 하노라(귀밑의 오래된 백발 녹아 없어지게 하고 싶구나)-우탁(고려 충렬왕 때 감찰 벼슬)  (10)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 손에 가싀 쥐고( 한손에는 막대 잡고 또 한손엔 가시를 쥐고)늙는 길 가싀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했더니)백발이 졔 몬져 알고 즈럼길노 오더라(어느새 백발이 제가 먼저 알아채고 지름길로 와버렸네)  (11)梨花에月白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제(배꽃에 달빛이 희고 은하수가 한밤중을 가리키는데)一枝春心(일지춘심)을..

청구영언 2

(5) 이런들 엇더하리 저러한들 엇더하리(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또 어떤가)만수산 드렁츩이 얽어진들 긔엇더하리( 개성만수산의 칡넝쿨이 뒤엉킨들 어떤가)우리도 이갓치 얽어져서 百年가지 하리라(우리도 칡넝쿨처럼 한데얽혀 오래도록 함께하세)-태종대왕 御製(어제) (6) 이시렴 부듸 갈다 아니가든 못할소냐( 있게나, 꼭 가야겠느냐, 안 갈 수는 없느냐)無端(무단)이 네 슬터냐 남의 말을 드럿느냐( 그리도 싫으냐, 누가 꾀더냐)그려도 하 애달고야 가는 뜻을 닐너라(그렇더라도, 참으로 슬프구나 왜 가는지나 말해 다오) -성종대왕(1457~1494) 조선 제 9대왕, -신하 유호인을 떠나보내며 아쉬움을 토로한 시-  (7)청강에 비 듯는 소릐 긔 무어시 우읍관대(강물 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무엇이 그리 우스워서..

청구영언1 김천택

-내게는 아주 오래 된 책 한 권이 있다.1946년 8월 30일에 통문관에서 발행한 책으로 1968년 11월 15일 청계천 어느 책방에서 구입했다.가로 113 mm, 세로 150mm의 국반판인데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사이에 낡고 헐어 지금은 손을 대기만 해도 종이가루가 떨어진다.  물론 제본도 2쪽이 떨어져나갔다.집안 여기저기, 책꽂이나 심지어 설합 속에 있는 어느 물건 하나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은 없다. 발품을 팔고 다니며 돈을 지불하고 샀거나 인연 지은 이들이 선물로 주었거나 내 육신과 정신의 힘을 쏟아 넣은 댓가로 받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잊혀진 채로 집안 어딘가에 있다가 어느 날 그 존재가 드러나, 새삼 귀중한 대접을 받거나 아니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다.이 청구영언은 다행이도 전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