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에 울려 퍼진 환성-마라톤 완주 마치 입학 시험을 치르러 가는 어린애 마냥 긴장이 되어 잠을 설친 끝에 새벽부터 서둘러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8시경이었는데도 주 경기장엔 인파가 밀려들기 시작, 덩달아 흥분되었다. 날씨가 싸늘해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니 콧등이 맹맹해 오는데 진이는 옆에서 연신 재채기를 해 댄다. 사람들이 .. 사는 이야기 2009.06.08
영원한 평교사 “따르르릉” “네, **중학교 상담실입니다.” “선생님, 저예요, *경이, 기억나세요?” “으응, 노래 잘 부르던 양*경이…” “네, 저 이번에 대학 들어갔어요. 서울 음대 성악과에.” “우와, 축하한다. 멋있다!” “특차 전형에서 수석했어요.” “거기다 일등까지!? 얼굴 좀 보자, 축하해 줄게.” ‘.. 사는 이야기 2009.06.08
칭찬-삶의 활력소 그 남자는 정년 퇴직을 하더니 집안이 활동 무대다. 친구도 만나러 나가지 않고 밥숟갈 놓으면 식탁 앞에 앉아 뒷설거지하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식탁 귀퉁이에 묻은 김치 국물을 좀더 잘 닦아라, 물컵에선 왜 이리 냄새가 나냐, 바닥에 물 흘렸다, 저기 봐라, 저기저기--- 잔소리도 하루 이.. 사는 이야기 2009.06.08
돌아오지 않는 마음 이런 저런 사유로 이 일 저 일에 얽히고설키다 보니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메일을 보내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바쁜 일과를 쪼개서 책상머리에 앉아, 설거지도 미뤄두고 식탁 앞에 수첩을 펴놓고 돋보기는 코에 터억 걸치고, 너무 획일적인 내용은 또 왠지 성의가 부족한 것 같아서 하나하나의 모.. 사는 이야기 2009.06.08
늙은 척 하지 마라 까부라져가는 노인에게 몇 살이냐고 물으니 “세 살”하며 웃는다 “100은 세서 뭘 하게? 앞으로 20년은 더 살고 싶어--“ 우리는 그 노인에 비하면 너무 젊다, 청춘이다. 세월에 떠밀려 육십 산 밑까지 왔지만 이젠 떠밀려가지 말자. 의학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해서 우린 머지않아 스무 살 서른 살의 나.. 사는 이야기 2009.06.08
잠 못 드는 아이들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외 입양아로 보이는 6개월도 안 된 것 같은 아이들이 서양인 남녀의 품에 어설프게들 안겨 있었다. 백일이나 지났을까 말까 한 갓난아인 잠을 자면서도 문득문득 놀라 깨서 울곤 한다. 안고 있는 젊은 남자는 아이가 우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졸고 있다. .. 사는 이야기 2009.06.07
결혼기념일을 ‘가족의 날’로 연중 돌아오는 날로 무슨 날 무슨 날 날도 많지만 ‘가족의 날’이 있다는 얘긴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런데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결혼기념일을 ‘가족의 날’로 정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동안 개개인의 생일은 못 챙겨도, ‘함께 새로 태어난 날’은 꼭 챙겨왔다. 주말이나 방학 .. 사는 이야기 2009.06.07
글쓰기 좌우명 *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할 것은 1) 내가 이 글을 왜 썼지? 무얼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을까? 즉 주제가 뚜렷한가? 2) 내가 하려던 말이 잘 표현되고 묘사는 잘 됐나? 왜곡되지 않게 잘 전달될까? 한 목소리로 한 골로 흐르는가. 일관성이 있나? 가지를 치되 원줄기에 닿아있는가? 쉽게 이해가 될까? 줄거.. 사는 이야기 2009.06.07
스승의 날에 생각 나는 두 분 선생님 <두 분 선생님> 난 지각을 잘 하는 편이었다. 나이 들어 고치고 싶은 버릇 제 1순위가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다. 옛날보다 많이 여유로워진 지금 웬만한 약속은 10분 20분 전에 미리 약속 장소에 나가 주변을 배회하곤 한다. 가끔 생각나는 두 분 선생님도 지각과 관련된 일이다. 6학년 때 담임선.. 사는 이야기 2009.05.15
행복한 편지 행복한 편지 아이나 어른이나 늙으나 젊으나 이-메일 주소하나 안 가진 이 없건만 기계가 싫어선지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건지 아니면 펜을 들어야 생각의 물줄기가 터지는지 한사코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이가 있습니다. 어제 도착한 편지의 사연엔 우리 친구들을 닮은 노부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사는 이야기 2009.05.11